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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지혜, 김유경 기자
  • 입력 2018.08.13 15:22

대학생 스트레스

취업의 늪

학교에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취업을 생각하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들어온 이상 100% 취업 보장이라고 매번 이야기를 하는데 이마저도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항상 보여주는 취업 결과 자료도 신빙성이 없다. 그래서 다른 선배들에게라도 조언을 구하고 싶은데 갓 입학한 신입생인지라 “어떻게 해야 취업이 잘 될까요?”라는 물음을 던질 만큼 친한 선배들도 없다. 이러한 와중에 부모님은 내게 부담을 주신다. 가끔씩 만나는 친척들 마저도 무언의 압박을 준다. 이것이야 말로 총체적 난국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닌 것 같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면 매번 취업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숙연해진다. 다들 여러모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사실, 취업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 자체도 힘들지만 보다 나를 괴롭게 만드는 건 내가 취업을 생각지 않았던 어린 시절부터 품어왔던 꿈이 점점 멀어져가고 있음을 나 자신이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린 내가 상상했던 미래의 나는 선생님이 되기도 했고, 의사가 되기도 했으며, 경찰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커다랗던 꿈들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현재에 허덕이며 살아가고 있다. 대기업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안정된 회사에 취직해 매달 일정한 월급을 받고 싶을 뿐이다. 누구보다 이상적이고 낭만에 빠져 살던 내가 이젠 누구보다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있음에 스스로도 적응되지 않는다. 따로 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도 존재치 않다. 그저 억지로 이 부질없는 걱정들을 떨쳐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홀로 생각이 깊어지는 시간이 되면 문득 떠올라 끝없는 걱정의 고리를 만들어 나가겠지. 너무 막막한 내 앞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스펙에 집착한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대외활동도 많이 참여하려고 하고, 공모전에도 참가한다. 이 모든 걸 해내려면 하루가 부족하다. 시간에 치여, 활동들에 치여 살다보면 정작 나 자신이 설 곳은 사라지고 만다.

 

내 편 하나 없네

다들 은근히 나만 따돌리는 느낌을 알까? 분명 몇 주 전까지는 괜찮았는데, 어느 순간 나만 빼놓고 밥을 먹으러 가고, 수업 시간에도 자기들끼리만 앉아 그 사이에 내가 앉을 자리는 없다. 다음 학기 시간표도 어느새 자기들끼리 다 맞춰서 짠 것 같다. 다음 학기에는 나 혼자 수업을 들어야 할 것 같다. 학기 초 해맑게 인사하던 후배들도 이제는 그냥 무시하고 지나간다. 뒤에서 수군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엔 그저 기분 탓으로 넘겼는데 아닌 것 같다. ‘내가 문젠가?’, ‘내가 뭘 잘못했나?’ 라는 생각이 자꾸 들면서 자존감만 뚝뚝 떨어지고 눈치까지 보게 된다. 학년은 높아져 가고 그럴수록 새로 친해지기가 힘든데 원래 다니던 친구들까지 어색해지고…. 툭 털어놓을 사람도 없고, 막상 누군가에게 털어놓고자 하면 자존심이 상해 너무 답답하고 힘들다. 대체 어디서부터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나를 멀리하는 친구들을 붙잡고 뭐가 문제냐고 묻고 싶다. 그러면 그 친구들은 내 문제가 무엇이라고 친절하게 답해줄까? 솔직히 기대하지 않는다. 그런 친절을 바랬다면 애초에 나에게 문제점을 지적하고 고쳐달라고 이야기를 했겠지. 입학 때부터 같이 다닌 친구들이라 우린 정말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너무 막막하다. 시험공부나 학과 생활이 바쁘긴 했어도 친구들이랑 같이하다보면 재밌어서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이제는 힘들다는 생각을 넘어서 너무 괴롭다. 갑자기 혼자가 되니 학교에 오는 것조차 싫다. 자퇴 생각도 했는데 부모님을 생각하면 졸업장은 따야 할 것 같아 꾹 참고 다니는 거다. 학교 안에서 그냥 누군가를 마주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어버렸다. 무엇보다 대학 친구들을 잃었다는 게 너무 슬프다. 한편으로는 억울한 것 같기도 하다. MT도 재미있게 즐기고, 같이 술 마시러 가서 깔깔 웃기도 하고, 시험 공부하면서 서로 부은 얼굴 보며 놀리고, 생일 파티도 해주고. 다 너무 좋았었는데. 그 친구들이랑 다시 그렇게 못 지낼 거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우울하다. 도대체 내 인간관계는 뭐가 문제였을까.

 

호박 VS 수박

한국은 외모지상주의가 극심한 사회이다. 많은 곳에서 이와 관련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대학에서의 나의 외모와 관련된 경험을 말하려 한다. 대학이라는 곳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하나의 집단을 이루고 하나의 사회를 만드는 공간이다. 우수한 사람은 우수한 사람들끼리 모여 하나의 집단을 이루고 반대로 우수하지 못한 사람들은 우수하지 못한 사람들끼리 집단을 만든다. 외형적으로 우수한 사람들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무리를 짓고 대학생활을 즐긴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들과 함께 생활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잘생기거나 예쁜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기에 그렇다. 대학에 들어가면 이성 친구를 사귀어보고 싶었다. 연애라는 감정은 과연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단순히 지나가는 커플들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먼저 같은 과 친구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항상 같은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과의 관계는 쉽게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는 와중 관심이 가는 아이가 생겼다. 외모도 괜찮은 사람이지만 성격적인 면이나 무언가에 열심히 하려는 모습에 이끌렸다. 나는 그 사람과 친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강의가 끝나면 그 사람에 먼저 다가갈 생각을 가지고 수업을 끝나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흐르고 수업이 끝났다. 나는 그 사람에게 다가가 용기를 내어 이름과 연락처를 물어보았다. 갑자기 분위기가 급격히 냉랭해졌다. 그 사람은 나에게 미안하다며 강의실을 떠났고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은 쉽게 주목받지만 반대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도태되기 쉽다.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이 그랬다. 왜 나는 잘생기고 예쁜 사람으로 태어나지 못했을까 라는 자멸감, 이걸 뿌리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지나가는 사람들만 봐도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부터 생각했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피해망상에 빠져 휴학을 신청했다. 많은 사람들이 외모에 대한 생각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파괴할수록 쉽게 도태되며 고립된다. 그러니 기억해라 당신은 충분히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비어버린 통장

오늘도 수업을 마치고 아르바이트에 간다. 성인이 되고 나서 부모님께 용돈을 매번 얻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금 등록금도 손을 벌리고 있는 상황에서 용돈까지 달라고 말을 하기에는 미안한 마음이 커서 돈을 벌기로 결심했다. 이후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했고 나의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내 생각만큼 일은 쉽지 않았고, 사장님은 일을 많이 시켰다. 하지만 과도한 나의 업무량과는 반비례적인 수입은 나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내가 일을 한 것에 비교해 많지 않은 수입을 가지고 생활하기에는 턱도 없이 모자랐다. 학교에 입학하고 2년간 나의 생활은 ‘학교-아르바이트’의 반복이었다. 경제적 문제에 시달리다 지쳐 휴학한 지 1년이 지난 후 다시 돌아왔지만 변한 것은 없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야 할 전공서적이 많아 교재 구입에 사용하는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복수전공이라 과 동기에 비해 책을 사는 비용이 배에 다른다. 자취는 왜 한다고 했을까? 매달 나가는 집세를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아르바이트를 더 해야 하느냐는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일을 더하기 시작하면 학교에 공부하러 다니는 것인지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메꾸기 위해 다니는 건지 헷갈릴 것 같다. 방학이 시작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학원비와 원서비는 기본 몇 십만원이상이다. 이를 충당해야 해서 나는 여행을 가거나 쉬지도 못하고 또 일을 한다. 이번 해에 최저임금이 오르기는 했지만, 실제 아르바이트에서 최저임금을 맞춰서 주는 사람은 잘 없다. 이러한 직장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면 되지만 나는 돈을 버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에 참고 일한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물가, 그와 비례적으로 올라가는 나의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하루의 끝을 아르바이트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