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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지혜 기자
  • 입력 2018.05.14 20:43

"실존하는 것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지난 3월 2018 인제렉처시리즈의 첫발을 정유정 작가의 강연으로 디딘 후 한달여의 시간이 흐른 지난달 26일(목) 채사장 작가의 강연으로 두 번째 발걸음을 내디뎠다. 
채 작가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의 내용을 전제로 한 질문과 이에 대한 학생들의 대답 및 자신의 견해를 종합하여 ‘세계와 자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개인과 집단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리채 작가는 강연을 진행하며 거듭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 안에서 개인과 집단이 끊임없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세계에 적응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충돌을 막아야 한다. 나아가 이를 위해서는 ‘개인과 집단 중 어떠한 가치를 우선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 필요하다. 채 작가는 이 질문을 강연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던졌고, 답을 요구했다. 학생들의 생각은 다양했다. 개인을 옹호하는 학생의 경우 “개인이 집단의 가치관에 의해 희생당하는 것은 결국 전체주의로 나아갈 우려가 있어 지양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이야기 했다. 반대로 집단을 옹호하는 학생의 경우 “개인이 집단에 속한 상태에서 역할과 의무를 부여받고 이를 수행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을 밝혔다. 채 작가는 두 견해 모두에 공감을 표했다. 덧붙여 “이러한 견해의 차이는 스스로를 어떠한 범주에 넣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규칙이나 질서, 시스템 등을 지키고자 하는 이는 집단이라는 범주에 자신을 포함시키겠지만 이러한 틀을 변화시키고자 이는 개인이라는 범주 안에 자신을 둔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을 어느 범주에 넣을지에 대한 개개인의 생각이 통일되지 않는 이상 개인과 집단 사이에서 발생하는 우리의 갈등은 해결되지 못하는 셈이다. 
개인주의가 부도덕한 것인가채 작가는 그렇다면 “소설 <이방인>의 등장인물인 뫼르소가 부도덕한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이는 곧 “개인주의가 부도덕한 것인가”라는 물음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답 역시 반반으로 나뉘었다. 부도덕하지 않다는 측의 입장에 선 학생은 “그저 개인의 독특한 인생관일 뿐인데 이를 부도덕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이유를 들어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에 반해 부도덕하다는 측의 학생은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회 안에서 개인주의는 결국 사회의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이야기 했다. 결국, 이 역시도 근본적으로 자신을 개인과 집단 가운데 어느 범주에 두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바이다. 따라서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세계 속 부적응자채 작가의 물음은 다시 근본을 찾아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여전히 세계 속 부적응자가 되어야 하는가. 그는 본 물음과 관련해 강연 서두에 언급했던 답에 대한 연장선으로 보다 구체적인 답을 알려줬다. 인간을 포함해 이 세계 속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본질’과 ‘실존’으로 존재한다. 여기서 본질은 관습과 종교, 소속 등이고 이러한 본질을 제거하고 남은 내가, 지금, 여기에가 실존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본질에 집착한다. 직장과 학업에 함몰돼 내가, 지금, 여기에라는 실존을 놓치는 것이다. 이러한 딜레마가 결코 우리를 세계에 적응치 못하게 하는 바이다. 그래서 채 작가는 “자신의 의무를 다하면서도 그것에 의해 함몰당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놓지지 않고 비로소 세계 속에서 적응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러한 채 작가의 강연에 고지형(건축학·14) 학우는 “학업만을 바라보며 쉼없이 달려온 스스로를 반성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소감을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