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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유경 기자
  • 기획/특집
  • 입력 2018.05.14 20:38

늙지 않는 피터팬처럼, '키덜트'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뜻하는 ‘어덜트’(Adult)가 합쳐져 만들어진 합성어다. ‘어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현대인의 삶이 날로 각박해지면서 어릴 적 감성으로 돌아가 정서안정과 스트레스 해소를 추구하는 일부 어른들의 욕구가 디지털 문화와 맞물리면서 출현한 것으로 풀이한다. 그리고 이러한 키덜트 문화는 ‘피터팬 증후군’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카일리는 ‘피터팬 증후군’이라는 심리 상태를 설명하며, 부정과 퇴행을 방어기제로 삼는 일부 증상을 예로 들었다. 부정은 힘든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마음, 퇴행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유치한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피터팬 증후군과 키덜트 문화는 다르지만 공통된 면을 가지고 있다. 피터팬은 네버랜드에서 평생을 자유롭게 소년으로 살아가며 꿈과 공상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성인들은 사회의 각종 문제들에 부딪히며 끊임없이 책임을 지고, 기대를 받으며 경쟁을 이어간다. 이러한 삶에 대한 스트레스와 지침을 소년이던 시절, 본인이 피터팬이던 유년시절의 추억물인 장난감이나 놀이, 애니메이션 등을 찾아보며 심리적 안정과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백화점, 완구점, 영화관, 인터넷 쇼핑몰 등 각종 경제시장에서 키덜트를 위한 캐릭터 굿즈 등을 제작하고, 관광명소에서는 ‘교복입기 체험’을, 방송 매체에서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인형을 수집하고 기뻐하는 연예인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오며 성인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키덜트 문화는 마니아층의 전유물이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져 ‘어릴 때의 감성을 추구하는 순수한 어른들의 문화’, ‘현대 성인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는 문화’ 로 평가받는다. 더욱 더 직면하는 사회문제 속에 맞춰 이제는 성인들의 인도어 취미 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프라모델, 피규어, 레고 등에서 시작해 드론, RC카, 각종 캐릭터들의 굿즈들까지 출시되며 보다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전시회를 통해 다양한 접근성까지 제시하며, 예술가의 손을 거쳐 예술 작품으로 승화되기도 한다. 부모가 사주기를 기다려야만 했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어른이 된 이들은 값비싼 장난감도 거침없이 구매하며 많은 돈을 투자하기도 한다. 이를 이용해 재테크를 하며 새로운 경제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하며, 주문 제작이나 해외에 직접 가서 구하는 등 각종 영역에 발을 넓히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키덜트, 어른이 된 피터팬, 동심의 천진난만함과 추억을 더불어 찾는 새로운 문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