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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안태선 기자
  • 기획/특집
  • 입력 2018.03.28 16:38

통일학 연구소에서 북미정상회담을 말하다

어느 때보다 외교적 역량 중요
다양한 통일 방법 고려해야

통일학연구소는 다가오고 있는 통일 시대를 대비하여 한반도의 분단 현실과 그 극복 방안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남북의 교류 협력과 평화 통일을 실현하는 데 보다 실질적으로 기여할 방안을 모색하는 연구소이다. 통일학연구소의 진희관 교수님을 인터뷰하여 눈앞으로 다가온 북미 정상회담을 더 깊이 알아보았다.

1. 통일학연구소에서는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가요?
-이름대로 통일에 대해 연구하는 곳이다. 인문사회과학 연구소를 전신으로 하였으며 2005년 통일학 연구소로 개편되었다. 외부적으로는 한길 남북교류사업단을 창립해 ‘민-관-학’이 연계하여 대북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2.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 어떤 의제가 오갈 것이라고 예상하시나요?
-미국 측에서는 역시 북한의 비핵화에 집중할 것 같다. 북한으로서는 북미와의 수교와 평화협정의 체결을 원할 것이다.

3. 북한의 체제보장과 통일이 양립할 수 있을까요?
-통일의 종류와 수준은 여러 가지이다. 통일하기 어렵다는 것은 사실상 흡수하기 어렵다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다양한 통일의 종류를 고려해본다면 양립할 수 있다. 일국양제와 같은 중국의 사례가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공산주의 국가로 남는 것에 대한 대립이 우려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과 같이 자본주의화 되는 경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대한민국과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은 작다.

4. 북한의 화전양면 전술 때문에 이번 회담에 대한 불안감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북한이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 깨지면 상당 기간 회복하기 힘들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신년사에 “북남관계를 개선하여 뜻깊은 올해를 민족사에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어야 합니다.”라고 발표했다. 올해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기할, 사변적인’ 등의 형용사가 쓰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 때문에 동계올림픽에도 적극적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5. 그렇다면 그 배경에 대해서는 어떻게 추측하시나요?
-추측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제재와 압박이 통했다는 주장도 있고 핵과 미사일의 완성에 대한 자신감이라고도 볼 수 있다. 복합적인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으로 해석하기에는 이것이 김정일의 교시이고 유훈이라고 생각된다. 김일성과 김정일 세대에서 깨져버린 합의를 반면교사 삼아 김정일은 김정은에게 핵을 완성한 후에 대화하라고 유훈을 남겼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타이밍을 재고 있었을 것이다. 핵무기를 완성했고. 동계올림픽이 한국에서 열리고, 마침 문재인 정부가 화해하려는 자세를 취한 것이 타이밍에 맞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6. 회담이 어디에서 열릴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통일학연구소에서는 어디서 열리리라 예측하시나요?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기, IL·62M 은 워싱턴을 가기에는 낡아 위험하다. 고려항공은 새로운 여객기 안토노프 AN-148을 인도받았지만, 항속거리가 짧아서 괌까지도 갈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비행기를 빌릴 수도 없다. 비행기는 이동하는 집무실과 같기 때문에 비행기를 빌린다는 것은 감옥에 앉아서 가는 것과 같다. 김 위원장의 워싱턴행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가 평양에 가는 것은 미국 국무부이나 경호실에서 용납할 수 없다. 세계를 움직이는 국가의 지도자가 적진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 3의 장소를 찾아야 하는데 제주도만 한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김정은 외할아버지의 고향이기 때문에 거부감도 적을 것이다.

7. 이러한 국제정세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까요?
-우리나라의 역할은 일본을 끌어들여야 미국이 이 구조에서 발을 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일본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유골 인도, 납치자 문제 등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 일본의 재팬 패싱 논란을 무시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본과의 관계를 활용하여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 정상회담에 대해 단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고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한다. 일본, 중국, 러시아와 우리가 같은 편으로 나가야만 미국이 발을 빼지 못할 것이다. 어느 때보다도 외교적인 역량이 중요한 때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