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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지혜 기자
  • 입력 2018.03.12 21:14

다양한 분위기와 감성의 조화, '김해 봉리단길'

김해는 걷기 좋은 도시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 김해는 평야가 많기 때문이다. 덕분에 김해에는 가구거리, 가야의 거리 등 ‘거리’를 테마로 한 유명지가 많다. 그리고 최근, 김해 회현동, 봉황동 주택가에 위치한 ‘봉리단길’ 역시도 젊은 층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미+현대미=봉황 ‘1935’
지난 2일 늦은 오후쯤 찾은 봉리단길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곳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조용하고, 한적했다. 평화롭다 못해 느껴지는 적막감에 당황할 때 쯤 시골스러운 주변의 건물들과는 달리 현대적인 디자인의 카페와 마주했다. ‘봉황 1935’가 바로 그곳이다. 전통가옥 같으면서도 현대미를 포함하고 있는 카페의 외관은 유니크함에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카페 내부 역시 외관만큼이나 특이했다. 전통가옥 같은 구조에 내부를 구성하고 있는 각종 소품들은 유럽풍의 것이었다. 덕분에 빈티지함과 더불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같은 공간, 다른 상황
봉황 1935를 나와 또 다른 카페를 찾아 나선 기자는 최근 찾아보기 힘든 이용원을 마주했다. 요즘 이용원은 너무나도 생소한 장소였다. 이용원 앞을 서성거리고 있자 갑자기 문이 열리고, 주인으로 보이는 이가 나왔다. 지난 30년간 ‘핸섬 이용원’을 운영해온 서연석 씨다. 우직하게 자리를 지켜온 그는 이러한 변화에 다소 비관적인 모습을 내비쳤다. “젊은이들이 카페거리니 뭐니 하며 많이 찾아와도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득이 될 것은 하나도 없어.” 거리가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기존부터 자리해 온 상권들에게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우직하게 거리를 지켜온 사람들에게 거리의 발전은 남일이 되어버린 셈이다.

 

메뉴판 없는 ‘하라식당’
걷다 보니 ‘낙도맨션’이라는 건물과 마주했다. 건물에는 카페를 비롯해 식당, 소품 가게 등 여러 상권이 들어서 있었다. 기자는 건물 지하에 위치한 ‘하라식당’이라는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라식당의 가장 큰 특색이라함은 메뉴판이 없다는 것이다. 메뉴가 한가지 밖에 없어서 메뉴판이 있을 필요가 없다. 하라식당은 매일 매일 바꾸어 가며 하나의 메뉴만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주메뉴 뿐만 아니라 함께 나오는 곁들임 음식 역시도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김해 봉리단길은 미로 같다. 다른 여느 카페거리처럼 거리 전체에 카페가 위치해 있는 것이 아니라 거리 곳곳에 카페를 비롯해 식당, 소품가게 등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저마다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동시에 다른 느낌을 주기에 하나씩 발견하며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거리에 위치한 기존의 상권과 새로 입점한 상권 사이에서 나타나는 이면 역시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좋을 것 같다. 거리의 인기가 솟아오름에 따라 함께 흥하는 새로운 상권과 그와는 달리 아무런 영향을 받지 못한 기존 상권 사이의 이질감은 사회적 문제로서 대두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