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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인제대신문
  • 입력 2017.11.27 17:09

이기적 경쟁의 공멸

전 세계 아기들이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할 때 경쟁을 통해 차별적 보상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시기의 아기들이 차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큰 다행이다. 경쟁은 우리 사회의 종교가 되었고, 우리가 중독된 문화이다. 경쟁이 많은 패배자를 낳고, 작은 차이가 기회의 차별을 만들고, 승자 독식으로 불평등이 확대된다. 막대한 보상은 더 큰 부정행위를 유발한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 되어 사회 통합을 기대할 수 없다.
경쟁을 신봉하는 주된 근거는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찰스 다윈의 ‘생존 경쟁’에 대한 오독에서 비롯된다. 아담 스미스는 자유로운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탐욕스러운 개인의 행동이 모두를 위한 최선의 결과를 낳게 된다고 했다. 각 개인의 이기심을 극대화하는 것이 경제 행위의 주된 동기 유발이 된다. 그러나 과점시장에서 두드러진 게임이론 모형인 ‘죄수의 딜레마’는 군비경쟁의 낭비와 같은 파국을 보여준다. 개개인의 이기적 경쟁이 결국 집단 전체를 패배로 빠져들게 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다윈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사회진화론자와 사회생물학자들의 주장의 공통된 요지는 생존을 위해 경쟁은 불가피하며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전략의 핵심은 경쟁이 아니라 다양성에 있다. 시간의 역사 속에서 부단히 변하는 자연 환경을 예측하여 생물이 진화한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생성된 다양한 형질 중에서 살만한 것들이 살아남은 것이다. 무엇이 살만한 것인가는 사후적인 평가일 수밖에 없다. 인간을 포함한 생물이 이기적이라는 주장은 이타적인 개체는 희생되어 자손을 남기지 못하므로, 생존하는 것은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이기성을 주장하기 위해 이타성의 속성을 좁게 잡고 이기성의 속성을 넓게 잡았지만 다양한 생물에서 나타나는 이타성과 협동성의 딜레마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천동설로 별들의 움직임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닐까.
인간은 남들에 대한 공감 속에서 협동하는 사회를 이루면서 진화되었다. 인간의 미래예측은 많은 한계가 있다. 자의적 판단과 기준으로 경쟁을 조장하고 승자 독식하는 구조는 소중한 인적 자원을 도태시키는 것이다. 터널 시각에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분의 투자는 다양성을 고갈시키고 상상력과 창의성 역시 고갈시킨다. 우리 사회의 출산율이 낮고 자살률이 높은 것도 과잉경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남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되는 사회에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