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인제대신문
  • 오피니언
  • 입력 2017.11.27 16:58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Buy Nothing Day)

미국에서는 매년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을 추수감사절로 기념합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금요일부터 크리스마스를 지나 새해까지 이어지는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이 시작됩니다. 연말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파격적인 할인을 적용해서 제품을 판매하는 기간입니다. 이때의 소비는 미국 연간 소비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1년 중 가장 돈의 흐름이 활발한 시기입니다.
그런데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되는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날 하루만큼은 쇼핑이 아니라 오히려 아무것도 사지 않으며 보내자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은 유행과 쇼핑에 중독된 현대인의 생활습관과 소비행태의 반성을 촉구하는 의미로, 1992년 캐나다에서 테드 데이브(Ted Dave)라는 광고인에 의해 처음 시작됐습니다. 그는 자신이 만든 광고가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소비하게 만든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이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날은 소비지상주의 뿐만 아니라, 상품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환경오염과 자원고갈, 노동문제, 불공정 거래 등 물질문명의 폐단을 고발하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65개국 이상이 다양한 행사를 통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이 주축이 되어 1999년부터 관련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행사에 대한 비판으로 “그저 다음날 소비하게 할 뿐”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2011년 월가시위를 주도한 잡지사 ‘애드버스터스’는 “소비 습관을 하루만 바꿔놓는 것이 아니라, 덜 소비하고 덜 낭비하게 하는 지속적 삶의 방식을 시작하게 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방법은 신용카드 자르기, 쇼핑몰 대신 자연을 찾아 산책하기, 도서관에서 책 빌려 읽기, 냉장고 속 재료만 가지고 요리에 도전하기, 겨울 옷 교환하기 등이 제시되어 있으며, 관련 행사가 진행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