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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승리 김해대신문사 국장
  • 오피니언
  • 입력 2017.11.13 17:00

휴식, 그토록 차갑고도 뜨거운 것에 대하여

어제부로 중간고사가 끝나고 새벽녘 의자에 앉아 타대국장 칼럼을 쓰기 위해 글을 적어본다. 마치 첫 데이트를 하기 전 그녀가 무엇을 좋아할지, 어떤 말들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분주해 하는 남자처럼 말이다. 필자는 신문방송학과를 나왔거나 평소 신문을 즐겨보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직장생활이라는 노선을 벗어나 내가 선택한 길을 위해 다시 한 번 대학교에 도전 중인 평범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올해 벌써 4학년, 그리고 세상은 나에게 30이라는 번호를 주었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 휴식 중이다. 차갑고도 뜨거운 휴식 말이다.

군대를 전역하고 회사생활을 시작할 무렵에는 사람, 사진, 돈이 좋았다.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으로 나를 충족시키고 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러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여러 문을 두드렸다. 두드리다 두드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에게 맞는 문이 있기는 한 걸까? 내가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 건가? 스스로에 대해 찾아보겠다고 뛰쳐나온 그때 그 시절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자신을 옥죄는 시간이었다.

스물일곱, 다시 한 번 대학교 문을 두드렸다. 대학생활이라는 게 이십대에도 느꼈지만, 돈이 없으면 정말 괴롭다. 나 역시 그동안 모은 돈이 바닥나며 문득 자신을 되돌아보니 사람과 사진을 좋아하던 나란 사람은 없어지고, 혼자 말하고 혼자 들으며 어릴 적 기피하던 행동들을 현실에서 스스로 하는 것 아닌가. 그때는 세상 모든 슬픔 다 지고 가는 사람처럼 모든 게 부정적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주변 사람들은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데 말이다.

하지만 자기 슬픔만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어리석고 이기적인가? 수많은 면접자를 감독했던 면접관이 자신이 본 면접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데 행복하려면 뭐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라고 답한 지원자가 기억에 남는다고 하였다. 흔히들 자신이 아닌 외부적인 요인들 즉 가족, 사랑하는 사람, 돈을 말하는데 말이다.

우리는 인생의 다양한 길을 걷는다. 정답은 없다. 그럼에도 지나고 보면 20살의 대학생활은 다른 사람 눈치만 보다 끝나버렸다. 부모님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혹은 사랑받기 위해 말이다. 긴 두드림 끝에 나는 스스로 두 번째 대학생활을 선택하였다. 자신에게 많은 질문들을 던졌기에 지금의 대학생활은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새로운 것을 보고, 그리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것조차 낭비가 아니라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특별한 시간이며 특권이라 여긴다. 필자는 내년 졸업과 동시에 스스로 두드린 문을 향해 나아갈 것이며, 앞으로도 수많은 두드림과 또 다른 휴식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4년이라는 차갑고도 뜨거운 대학교라는 휴식에 대하여 더욱 뿌듯함과 소중함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신문을 읽고 있을 당신은 대학생이다. 4년이라는 시간동안 잠시나마 스스로에게 반문해보았으면 한다. 우리는, 나는 얼마나 차갑고도 뜨거운 휴식을 보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