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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장수정 기자
  • 오피니언
  • 입력 2017.11.13 16:49

당연히 해야 할 일

장수정 취재팀장

학생자치단체장 선거가 올해도 어김없이 진행된다. 그런데 공약이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공약이행판과 예·결산내역 공개는 새로운 공약이 아니다. 당선인에게 의무사항인 것이다.
2015년 ‘동행’ 총학생회 당시 상반기 결산 내용을 대자보로 만들어 학생회관에 게시했다. 이는 역대 학생회에서 시도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잘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학생회비 사용 내역을 학생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공약이행판도 마찬가지다. 그밖에도 학우들과의 소통을 위한 SNS 창구 마련이나 설문조사 역시 민주적인 학생자치를 위해서라면 공약이 아닌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그것들을 제하고 나면 남은 공약이 거의 없다. 그마저도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 학생자치비로 해결하기 어려운 시설문제만 남는다. 매년 해결하지 못하지만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골처럼 공약에 등장한다.
공약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당선된 이후다. 각 자치단체 임원들이 지킬 수 없는 공약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지킬 수 있으면서도 한 것처럼 보이는 소소한 행사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다. 휴대폰 충전기 구비, 야식배부 등 소모적인 것들이 대표적이다.
언제나 ‘선착순’으로 진행되는 이벤트성 공약은 학생들을 혜택을 받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나눈다. 혜택을 받지 못한 학생은 자연스럽게 학생회비 사용처에 의문을 갖게 된다.
당연한 것을 제쳐두고, 부차적이면서 소모적인 일에 몰두하는 학생회는 그 의미를 점점 잃어간다. 어쩌면 당연한 것을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학생회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이 나날이 줄어들기 때문에 후보자들 역시 더욱 편리하고 즐기기만을 위한 공약들로 학우들의 시선을 끌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당선되기 전에 후보자들이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점이 있다. 학생들 스스로가 학내 의사결정의 주체로 남기 위해서는 학생자치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각 학생자치회에서 주도적으로 논의를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한다. 학우들과 정기적인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도 필수적이다. 학교 본부와 거리낌 없이 중대 사안에 대해서도 협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 학우들이 쉽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표자인 학생회가 전면에 나서야 할 일이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겠다는 사명감 없이 학생대표직을 맡을 수는 없다. 나날이 관심이 줄어드는 선거에 도전하신 모든 후보자 여러분의 수고가 많다는 점을 알고는 있지만, 당연한 일을 간과하지 않기를 거듭 바란다. 앞으로 입학할 후배들에게 민주적이고 학생주도적인 문화와 분위기를 물려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소모적인 일보다는 중대 사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학생자치를 위해 힘쓰는 학생회,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적극적인 참여. 우리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