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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인제대신문
  • 오피니언
  • 입력 2017.10.31 16:23

기자와 '기레기' 사이

심유경 교양학부 외래교수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기레기’란 표현을 서슴없이 쓰곤 한다. ‘기레기’란 말에는 대한민국 언론의 부끄러운 모습, 그리고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씁쓸함까지도 포함하고 있는 듯하다. 대중의 눈과 귀를 혼란스럽게 하는 언론과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대중이 마치 위험한 곡예를 하는 것 같은 모습, 바로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2010년대 초반부터 네티즌 사이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기레기’라는 신조어는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사실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기사가 반복되다 보니 더 이상 뉴스를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급기야는 언론 전체가 ‘기레기’로 싸잡아 폄하되는 현실까지 온 것이다. 허위 사실과 과장된 기사, 자극적인 제목은 언론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언론에 대한 신뢰도 추락은 한 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공동으로 연구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에 따르면 언론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조사에서 미국, 유럽, 일본을 포함한 36개국 중 한국은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단순한 심증이 아닌 이렇게 강력한 물증 앞에서 한국의 언론은 어떻게 항변할 것인가.
이처럼 우리 언론에 대한 불신이 명백한 상황에서 이제 언론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현실을 직시하고 언론 스스로 반성해야 할 것이다. 언론은 대중의 불신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남탓’이 아닌 ‘제탓’을 해야 한다. 언론에 대한 신뢰도 추락은 다름 아닌 언론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다. 지금까지 언론은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진실을 외면하거나, 특종보도를 위해, 또는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미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기사화하는 일이 많았다. 이것은 분명 언론 스스로의 잘못이다.
다음으로, 사라진 양심과 책임감을 되찾아야 한다. 공정보도와 진실추구는 언론의 생명이다. 언론이 제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언론인으로서의 양심과 책임감 있는 태도가 중요할 것이다. 한 기자의 손끝에서 완성된 기사가 전체 국민을 움직일 수도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오늘도 우리는 눈뜨자마자 손 안의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을 읽는다. 자극적인 제목에 클릭했다가 또 낚였다며 씁쓸한 미소를 띠며 돌아가기 버튼을 누른다. ‘그럼 그렇지, 기레기에 뭘 바라겠어?’라며 말이다. 물론 언론의 태도를 탓하기 이전에 대중의 비판적이고 올바른 수용 자세와 깨어있는 의식이 필요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언론에 먼저 묻고 싶다. 대중이 신뢰하는 기자가 될 것인가, 대중이 외면하는 ‘기레기’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