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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인제대신문
  • 입력 2017.10.31 16:08

대학구조개혁의 정치적 속임수

대학과 그 학생숫자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의지에는 고등교육의 공급을 20여 년 동안 제한 없이 허용했던 정부 스스로의 성찰이 조금도 녹아있지 않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히려 정부는 대학구조개혁이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대학의 경쟁력을 명분삼아 취업률 등의 기준에 의한 대학평가와 이에 기초한 선택적 재정지원사업과 약탈적 배제정책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 결과 국립대와 사립대 구별할 필요 없이 대학자치와 민주주의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고등교육의 수준은 퇴보를 넘어 그 존재의 이유조차 찾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16만 명의 학령인구가 줄어드니 향후 16만 명의 대학입학정원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마법 같은 기획은 전형적인 시장주의의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그 학생숫자가 줄어든 만큼 공공적 재원만 투입한다면 대학의 교육환경이나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아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외면하는 셈이다. 더욱이 고등교육의 수요가 증대하여 대학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하면서도 낮은 출산율 등의 이유로써 학령인구의 부족이 현실화되고 있으므로 대학과 그 학생의 수를 감축하여야 한다는 주장에는 모순이 넘칠 뿐이다. 문제는 이 모순을 영생하게 하는 뭔가의 정치적 속임수에 있다.
대학구조개혁은 1995년 ‘5·31 교육개혁방안’ 이후 양적 성장을 이룬 고등교육에 대하여 사실상 국가가 강요하는 양적 구조조정인데, 여기에 숨겨진 교육정치적 목적은 고등교육재정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 등 자본의 이윤에 기여할 수 있도록 대학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데 있었다. 특히 비대해버린 고등교육의 덩치를 국가 주도로 최대한 감량함으로써 재정투자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선택과 집중 등 재정집행의 효율성을 도모하려는 이런 정치적 의도에는 고등교육의 국가재정을 확충하라는 시민들의 교육정치적 요구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도 숨어 있음을 경계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이후 민주정부 10년을 거쳐 지금 문재인정부에 이르러서도 교육정치의 실패로 인한 고등교육의 몰락에 대한 국가의 책임담론이 완전하게 사라졌다는 점, 그리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강요된 대학구조개혁의 책무성을 교수와 학생 등 대학의 교육주체들이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다는 점이 정확하게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