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원진 (역사고고학과)
  • 기획/특집
  • 입력 2017.10.31 16:32

[시/가작] 걸어감

걸어감

흙 묻은 신발 타박타박 걸어가다 보면
지나간 내 길 위에 내 발자국 따라오다
어느 순간 옅어지더니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다.

길은 끝도 없이 보이지 않고
돌아갈까 고민해보다가
앞으로 찍힌 내 발자국 모양에
다시 앞으로 앞으로 걸어나간다

이젠 왜 갔는지 얼마나 갔는지
발자국 모양조차 보이지 않아도
길이 없어진 길조차도
어떻게든 걸어가본다
터 벅 터 벅

<시 가작 소감>

김원진 (역사고고학과)

먼저, 제34회 인제문화상에 이렇게 입상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감사인사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줘서 감사합니다.
글 쓰는 건 좋아하지만 부끄러워서 그 글을 쉽게 공개하지도 못하고, 그냥 혼자만의 글로 남겨두곤 했었습니다. 이번에 ‘길’이라는 주제를 보고 응모하기로 결심한 뒤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이 길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내가 가고 있는 길이란 어떤 길인가?
작년에 친구와 같이 떠났던 무전여행이 생각이 났습니다. ‘길’과 가장 가까운 여행이었고 많은 것을 느꼈고 불확실한 길을 걸어가면서도 마냥 즐거웠던 시간이요. 제가 이번에 응모한 시는 모두 무전여행 때 느꼈던 감정을 저를 향해, 그리고 불안해하고 있을 모든 길 잃은 사람들에게 표현하는 감정이었습니다.
저희 모두는 각자가 가는 길이 다르고, 서로가 가는 걸음 속도도 다르죠. 어쩌면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정확히 내가 가고 있는 길인 거죠. 어떤 길을, 얼마나 천천히 가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너는 잘하고 있어”라는 격려를 꺼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불확실한 길을 걸어가는 아들을 격려하는 부모님께, 무전여행을 즐겨준 친구들에게, 저를 응원해주시는 은사님들에게 감사합니다.
인제대학교 신문사에도 더 멋진 발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