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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ijnews
  • 입력 2017.09.11 19:07

공영 방송이 사는 길

KBS·MBC 노조가 언론 정상화를 위해 파업 중이다. 메인 뉴스 뿐 아니라 인기 라디오 방송까지 결방할 정도로 파업의 물결이 거세다. 두말할 필요 없이 이 사태는 지난 9년 동안 공영 방송을 장악해 통치에 이용하려 했던 정권의 비뚤어진 언론관 때문이다. 민주화시기에 힘들게 쟁취한 언론 자유를 한 순간에 무력화시키고 정권 ‘코드’에 맞는 경영진이 들어온 후 공영방송의 권위는 한없이 추락했다. 탐사 보도가 사라지고 공정성이 훼손됐다. 진실을 추적하려는 언론인은 방송사를 나와야했다. 그 자괴감은 공영방송 종사자의 몫만은 아니었다. 시민들은 최고의 공신력을 자랑하던 두 방송사의 뉴스를 외면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참담하게도 공영방송 기자들은 ‘기레기’로 불렸다.
 현재 방송 환경은 두 공영 방송이 독점하던 시대가 아니다. 신뢰도 1위인 JTBC를 비롯해 독립 언론, 개인 방송 등 대안 언론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두 공영 방송 소속 언론인들은 스스로 현재의 언론 상황에 수치심을 느끼고 공정 언론을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 ‘적폐 이사’로 꼽힌 이들도 쉽게 물러서지 않겠지만 노조의 각오도 과거와 다르다. 다수 시민이 파업을 응원하기 때문이다. 방송작가협회, PD연합회의 지지 성명에 이어 KBS·MBC 적폐이사 파면 시민 청원에 이틀 새 10만4,004명이 서명했고, 지역에서도 파업을 지지하는 단체가 늘고 있다.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에는 공정성을 지켜내지 못한 언론의 잘못이 크다. 파업 참가자라면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을 위해 퇴진할 수 없다는 MBC 김장겸 사장의 태도가 부끄러울 것이다. 당연히 부끄러워해야한다. 그래야 굴욕을 견디며 자리를 지킨 이들과 뛰쳐나간 이들이 연대할 수 있다. 두 공영 방송은 촛불 시민이 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지난 시절의 화려한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다. 여전히 시청료를 내고, 분노하면서도 공영 방송을 찾는 시민을 위해서다. KBS·MBC 기자들이 이 싸움을 거쳐 다시 ‘기자’로 불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