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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손유정
  • 고함
  • 입력 2017.09.11 19:00

뭘 믿고 사야할지 모르겠다

‘친환경인증마크’, ‘안전검사확인완료’, ‘무첨가’와 같은 문구들은 필자가 제품을 고를 때 주로 신경 쓰는 부분이다. 가격은 너무 비싸지만 않으면 적당한 선에서 괜찮은 것을 고르려 애쓴다. 가끔은 물건을 손에 쥐고 글씨가 빼곡이 적힌 뒷면을 읽으려 애쓰기도 하지만 낯선 성분들의 이름에 포기하고 만다. 포장지에 적힌 ‘안전’이라는 단어와 인증 표시는 함부로 쓰이지 못하니 믿고 구입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최근 그 믿음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를 시작으로 1급 발암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 들기름, 발암물질이 포함된 치약과 생리대 그리고 장기 섭취시 알레르기 반응과 장기 손상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피프로닐이 검출된 계란까지.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제품들이 믿음을 깨부수고 우리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충격적인 점은 문제의 ‘살충제 계란’에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계란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계란의 성분은 영양성분만 살필 줄 알았지 닭에게 쓰인 살충제 성분까지 신경 써야 하는 줄은 몰랐다.
살충제 계란의 위험성은 지난해 국정감사와 올 4월에 진행된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간의 토론회에서도 거론됐다. 그러나 정부와 식약처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식약처는 성인 기준으로 한번에 175개를 먹어야 급성 독성이 나타난다고 평가했지만, 국민들이 보내는 시선은 이미 믿음이 한 풀 꺾인 뒤였다.
 생리대 역시 해외에서 논란이 되어 왔지만 국내에선 이제야 위험성이 언급되고 있다. 2014년 미국의 여성환경단체에서는 생리대에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 5월 미국 의회를 찾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현재 생리대 논란과 관련해 식약처는 유해물질이 검출된 업체와 제품명을 공개했다. 그 중 가장 화두에 올랐던 생리대 ‘릴리안’의 제조사인 ‘깨끗한나라’ 측은 본사에서 판매된 전 제품을 환불을 하기로 약속 했다.
 위험할 거라 생각지도 못했던 제품들의 안전 문제가 하나 둘 수면 위로 올라오자 이제는 주변의 모든 것들을 의심하게 됐다. 생리대와 성분이 비슷하다고 언급되는 아기들의 기저귀까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화학제품에 관한 기준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기준에 따른 정부의 관리다. 2004년 생산된 달걀에 대한 비페트린 잔류 허용 기준이 존재했으나, 그 관리가 부실해 기준 자체가 무용지물이 된 바 있다. 현 시점만 봐도 그렇다. 정부의 인증을 받은 지 10일만에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달걀이 있는데 도대체 뭘 믿고 사야할지 모르겠다.

 

손유정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