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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간호학과 정성우
  • 입력 2017.08.28 16:05

러시아로 떠난 인제 독서 원정대

2017 PRIME-도서관 인문학 청년 인재 발굴 프로젝트

▲ 트렘린궁과 성 바실리 성당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 톨스토이 저택에서 설명을 듣는 원정대
▲『죄와벌』배경지에서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독서 원정대의 처음 시작은 ‘죄와 벌’을 읽는 것이었다. 시험이 끝난 뒤라서 부담 없이 읽고 싶었으나 1,2권을 합쳐서 900쪽 가량 되는 쪽수를 10일 동안 읽기에는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었다. 시험 전날까지 밤새서 읽으면서 1차 이해도 평가가 임했는데, 다행히도 통과해서 기분이 좋았다. 2차 평가는 인문학 캠프로 양산의 리조트에서 조별과제와 개별과제로 평가됐다. 캠프를 위해 양산까지 내려와주신 성균관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오종우 교수님의 특강을 들으면서 내가 무심코 읽고 지나쳤던 부분을 분석해주셔서 죄와 벌의 새로운 면을 접하게 됐다. 또한 (같은 조가 된) ‘러샤’팀의 조원 언니, 오빠들이 너무 좋은 사람들이어서 조별 과제를 하는데 불협화음을 전혀 느끼질 못했다. 개별 과제를 위해서 밤새 같이 열심히 공부를 하기도 했다. 2차 인문학 캠프에 참여하면서 ‘죄와 벌’을 3번 이상 읽어온 분, 특별강연을 위해 캠프에 와주신 오종우 교수님의 책들을 미리 읽고, 논문까지 분석해 온 분을 보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이곳에 온 나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더 열심히 조별과제에 임하게 되었고, 개별 과제를 대비해서 캠프중에도 밤새 준비하고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다사다난했던 인문학 캠프가 한 결과인지 최종 12인에 선발되게 되었고, 주변의 친구들이 축하해주었다. 결코 쉽지 않는 과정이었는데 그 과정을 당당히 통과했다는 사실이 더욱 기뻤다.
러시아로 떠나기 1주일 전부터 더 알차고, 더 좋은 원정이 되기 위해서 학생들이 직접 가이드가 되어 설명하기로 했다. 또한 대학생이 대학생의 관점에서 쓴, 유럽이 아닌, 러시아에 관한 책을 집필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관장님의 생각에 책을 집필하기로 계획했다. 러시아로 떠나기 전부터 원정이 시작된 느낌이었다. 사전에 가이드를 준비하는 것은 힘들 일이었다. 나는 언니, 오빠들의 배려로 조금 무난한 것들을 하게 되었지만 자료를 거의 찾을 수 없어서 곤란한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 언니, 오빠들도 자료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엄청난 양의 자료들을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어려움을 겪었다. 교수님께서 한 번 더 점검해 주시고, 모든 자료를 공유해서 효율적으로 설명을 듣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자료를 검토하고 공부해야 했다. 사전 가이드 작업이 쉽지 않았지만 준비하면서 후에 책을 쓸 때 우리와 같은 대학생들이 처음 러시아에 갈 때, 우리의 관점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러시아에 도착해 빡빡한 일정으로 가득한 원정을 시작했다. 첫날부터 강행군이었는데 첫날의 후유증이 마지막 날까지 지속됐다. 사진과 텔레비전의 방송 프로그램으로만 봤던 성당들, 광장, 극장들을 직접 내 눈으로 보았다는 것이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았다. 건물 하나하나가 풍경 하나하나가 현실이 아니라 사진들을 붙여놓은 것 같았다. 이런 아름다운 건물들을 직접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영광이었다. 이러한 건물들에 대해서는 우리들이 준비해 온 자료들로 직접 가이드를 나섰다. 언니, 오빠들이 간단명료하지만 핵심을 잘 짚어서 설명을 잘 해줘서 원정의 즐거움과 보람은 배가 됐다.
러시아의 유명하고 위대한 작가들의 생가를 직접 방문하고, 그들의 삶을 듣고, 책의 배경지를 찾아가는 것 또한 너무 인상 깊었다. 고등학교 때 톨스토이의 책을 읽고 상을 받고 행사에 참가한 적도 있어서 톨스토이의 생가에 찾아가 그의 일생을 듣고, 또한 그의 목소리까지 들은 건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우리 원정의 시작이었던 책인 죄와 벌의 배경지를 직접 찾아가보는 것 또한 잊지 못할 멋진 경험이었다.
그리고 좋은 날에 좋은 장소를 방문하는 것도 멋진 추억이었지만 러시아에서 만난 인연 또한 잊지 못할 멋진 추억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첫날 아침부터 이후까지 3차례나 우연히 마주쳐 반갑게 인사하고 원정대원에게 직접 격려와 응원의 말씀을 나눠주신 박원순 서울시장님과, 러시아에서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유학생 언니와 한국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올가와의 만남,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숨은 명소들을 방문할 수 있도록 도와준 선생님, 러시아 문학을 읽고 온 우리들을 너무 대견해 하며 더 상세하게 안내해주셨던 러시아 가이드분들, 그리고 우리 독서 원정대 여러분들. 6박 7일이라는 짧은 여행이었지만 너무나도 좋은 인연들을 만났다. 그들 덕분에 더 좋은 원정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빠듯한 일정을 모두가 함께 움직여야 해서 때론 지치고 힘들어 불평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다들 불평없이 묵묵히 우리의 원정을 이어갔다. 그런 언니, 오빠들 모습에 더 감동해서 나도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 특히, 타과생과 교류가 적은 학과에 재학 중인 나에게는 다양한 학과의 언니, 오빠들을 만나서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를 듣고, 같이 여행을 했다는 점에서 더 좋은 경험이었고, 추억이었다. 앞으로 가는 길이 달라서 서로 바빠져도 함께 여행했다는 추억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함께 같이 여행하느라고 고생했던 독서 원정대 언니, 오빠, 선생님, 교수님들께 감사를 드리며 우리의 최종 도착지인 책이 잘 쓸 수 있기를 바란다.   

간호학과 정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