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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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만나다
  • 인제대학교
  • 승인 2017.05.2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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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좋은 수업' 에세이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나는 3학년 2학기 수강 신청하기 며칠 전 어떤 교양과목을 수강할지 인제정보시스템을 통해 찾아보고 있었다. 스크롤을 내리다가 내 눈에 들어온 과목이 있었는데 그 과목은 ‘조선시대 사람들’이라는 교양과목이었다. 처음에 내가 조선시대 사람들이라는 과목에 관심이 간 이유는 평소에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사 관련 서적들을 즐겨 읽어왔고, 역사 관련 시사프로그램과 역사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강의여서 재미있게 수강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열심히 강의를 들으면 내 한국사 지식에 대한 안목 또한 넓힐 수 있을 거라 생각하여 수강신청을 결정하였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한국사 수험공부를 위한 강의와는 사뭇 달랐다. 조선시대 전반에 대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시대의 일상과 생활문화에 대해서 다룬다. 조선시대의 문화라는 거시적인 관점이 아니라 조선시대의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시선을 모두 다루는 미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 왕에서부터 일반 백성 그리고 여성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다룬다.
‘조선시대 사람들’의 수업은 주로 교수님이 준비해 오신 PPT를 통해 진행된다. 수업내용과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여주시기도 하고 때로는 역사 문헌을 보여주시기도 한다.
‘조선시대 사람들’의 성적평가 방식은 출석, 과제와 발표 그리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점수를 종합하여 공정하게 성적평가가 이루어진다. 과제와 발표는 3명이 한조가 되어 자기 전공 분야와 관련된 조선시대 학문과 전문가에 대해서 조사하고 전문가의 일상에 대해 재구성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발표를 하도록 하였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객관식, 단답식, 주관식 등 다양한 방식의 유형으로 골고루 출제가 되었으며, 교재와 수업시간에 배운 범위에서 적당한 난이도로 출제가 돼서 시험공부를 하는데 부담이 없었다. 그리고 열심히 하면 성적이 잘 나왔기 때문에 오히려 학습동기를 유발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조선시대 사람들’ 강의를 1학기 동안 들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과제를 진행하고 발표를 했던 기억과 마지막 시간에 했던 종경도 놀이에 대해서이다.
과제와 발표는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조선시대 당시의 전문가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 전문가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고 조선시대 당시의 전문가의 일상을 재구성해 보는 것이었다.
과제 제출 이후 발표를 하도록 했는데 수업 진도를 다 나간 후 2주간 발표와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본전공은 행정학과이지만, 3학년 1학기와 2학기는 복수전공인 법학과 수업에 집중하였기에 법학과 관련된 조선시대 전문가를 조사해보고 싶었다. 조선시대의 법학 관련 전문가를 찾아보다가 조선시대에도 변호사와 비슷한 역할을 했던 외지부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다. 조원들은 모두 행정학과였다. 조원들과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외지부라는 직업을 설명해 주었는데 조원들 모두 외지부라는 직업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외지부로 주제 선정하는 것에 동의하였다. 과제를 작성하고 나서 발표에 대한 구상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었는데 교수님께서 조별로 과제에 대한 평가와 어떤 식으로 발표를 진행하면 좋을지에 대해 피드백을 해주셨다.
나는 복수전공을 통해 법학과 수업을 들어서 현대 법학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지만, 조선시대의 법학에 대해서는 경국대전과 같은 법전이 있었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과제와 발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선시대에도 생각보다 합리적인 소송제도를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소송제도에 있어서 현대소송제도와도 유사한 점을 여럿 찾을 수 있었다. 조선시대 재판은 원님 재판이었을 것이라 알고 있었던 나와 우리 조원들은 이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와 우리 조원들은 발표를 통해서 조선시대에도 생각보다 우수한 제도를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와 조원들이 느낀 학문적 놀라움을 다른 학생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주기 위해 발표를 정말 열심히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조는 외지부의 일상을 재구성하기 위해 드라마 각본을 만들었는데 실제 발표에서는 포토드라마를 만들어 보았다. 처음 시도해 보는 형식이라 어려움이 있었지만 재미있었다.
전문가 일상의 재구성은 우리 조의 포토드라마부터 시작해서 단막극 형식, 라디오 인터뷰 형식, 영화시사회 형식 등 굉장히 흥미로운 방식이 등장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발표 수업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다. 마치 12편의 교양 프로그램을 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모든 조의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질의응답은 모든 학생이 한 번씩 할 수 있도록 진행되었다.
나는 조선시대 당시의 나의 전공과 전문가를 조사하면서 내 전공에 대해서 약간의 학문적 반성을 하게 되었다. 내 전공에 대한 서양이론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고, 또 현대사회의 내 전공분야 전문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진작 조선시대의 내 전공에 대한 지식과 전문가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무지했던 내 자신을 보면서 ‘온고지신’이라는 한자성어가 생각났다. 과연 도서관을 수도 없이 드나들면서 정작 도서관 입구에 적혀있는 ‘온고지신’의 정신을 지키고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내 전공의 우리 학문에 대한 공부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대학생활 1년 동안은 조선시대 내 전공분야의 학문에 대한 논문을 써보고자 한다.
‘조선시대 사람들’ 마지막 시간에는 종경도라는 조선시대 놀이를 하였다. 종경도 놀이는 윤목이라는 주사위를 던져 숫자가 나오면 종경도 판에 적혀있는 대로 말을 이동시키는 놀이이다. 판에는 중앙관직과 지방관직이 적혀있다. 윤목에 나온 수에 비례하여 승진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 지방관직으로 가기도 하고 유배, 퇴직, 사약과 같은 벌칙이 걸리기도 한다. 종경도 놀이는 최고관직에 오른 후 퇴임을 하면 이기게 된다.
나는 종경도 놀이를 하면서 조선시대는 물론이고 현재 우리의 인생도 비슷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공직생활을 꿈꾸고 있다. 종경도 놀이가 조선시대의 공직생활을 놀이로 만든 것이라는 점에서 나에게 의미가 남달랐다. 종경도 놀이를 하다보면 윤목을 굴려서 나오는 수에 따라 순탄하게 승진하기도 하고 때론 유배와 같이 공직생활의 위기가 오기도 한다. 우리는 인생에 있어 매 순간순간 어떠한 행동을 하고 선택의 기로에 선다. 매 순간순간 결정을 하고 그에 대한 행동을 함에 따라서 지금의 내가 이어진다. 다만, 그 행동으로 인해 어떠한 결과가 나타날지 짐작할 뿐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순간순간들의 결정이 윤목을 굴리는 것이고, 그에 대한 결과가 종경도 판으로 비유하면 어떨까?
나는 종경도 놀이를 하면서 단 한 번의 외직 생활을 하였고 중앙관직으로 복귀한 이후로는 별다른 기복 없이 순탄한 관직생활을 할 수 있었다. 놀이의 막바지에는 당상관의 지위까지 오를 수 있었다. 다른 조는 영의정까지 올라 명예롭게 퇴임하여 놀이의 목표를 이뤘고, 어느 조는 여러 번의 유배를 다녀야 했고, 파직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던 조도 있었다.
다시 놀이를 했다면 어떤 관직 생활을 했을지 모른다.
이처럼 우리의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매 순간 순간 순탄할 수만은 없고 우여곡절이 있기 마련이다. 내 인생의 굴곡들을 내가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나의 가치관을 올바르게 세우고 매 순간순간 내 소신껏 일하면 되는 것이고 그에 맞게 당당히 살아가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종경도 놀이는 재미와 더불어 나 자신에게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게 하였고 내 인생관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게 하였다.
나는 '조선시대 사람들'이라는 강의를 통해서 얻은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역사에 대한 미시적 안목이다. 지금까지의 나의 역사에 대한 안목은 큼직큼직한 사건의 흐름의 이해를 위주로 한 거시적인 안목이었다. 그에 반해 '조선시대 사람들'은 역사의 큰 흐름에서 더 깊숙이 들어가 조선시대 사람들의 일상,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두 번째는 내 학문에 대한 반성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나에게 조선의 훌륭한 학문과 문화를 일깨워주었고 온고지신이라는 교훈을 떠올리게 했다. 또 졸업 논문에 대한 소재도 얻을 수 있었다.
세 번째는 종경도 놀이가 내 인생관에 대해서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정말 유익한 강의였다.

 

수상소감

손문수(행정ㆍ12)
2016 ‘기억에 남는 좋은 수업’ 에세이 공모전 우수상 수상

좋은 수업 에세이 공모전에 응모하게 된 동기는 시험에서 미처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들에 대한 아쉬움이었어요. 그만큼 기억에 남는 수업이었기 때문이죠.
‘조선시대 사람들’ 강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발표수업이에요. 발표내용은 조선시대 당시의 전공 관련 전문가를 소개하고 그들의 일상을 재구성하는 것이었어요. 발표수업을 통해서 조선시대의 전공에 대한 학문적 발견을 할 수 있었고 그들의 일상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교양PD가 된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이번 공모전은 저에게 시험에 대한 아쉬움도 해소해 주었고 수상의 기쁨까지 안겨주었습니다. 그리고 학우들에게 좋은 강의를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