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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민주공화국의 서막
ijnews | 승인 2017.05.29 15:26

대통령이 파면된 지 두 달 만에 장미대선이라는 초유의 대통령 보궐선거를 거쳐 새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더 많은 개혁과 소통을 요구하였던 국민들의 열망이 그 배경이었다. 결국 촛불은 탄핵을 이끌었고, 마침내 국민들은 투표 참여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주의와 인권의 신장을 요구하였다.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지 고작 20일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변화와 그 속도에 놀란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압도적인 국정 지지도라는 수치로도 국민의 그 기대를 실감할 수 있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구호가 마치 사실인 양 새 대통령은 매일 예상을 뛰어넘는 업무지시와 신선한 인사를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이 일을 잘 하고 있다’는 평가에서부터 ‘독선’은 허용할 수 없다는 인식에 이르기까지 여러 목소리가 나오지만, 여전히 중요한 것은 성찰의 주체는 다름 아니라 깨어있는 국민이라는 데 있다.

길게는 박정희 패러다임이라고도 볼 수 있는 오랫동안의 적폐를 물리치려 했던 광장의 염원은 ‘민주공화국’을 향하여 정치적으로 각성한 국민의 열정과 의로움, 그리고 연대에 있었다. 나 혼자 열심히 일하고 돈 많이 벌어 내 가족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소박한, 그러나 분명하게 말하여 이웃도 없고, 사회도 없는 황폐한 이기주의로써는 도저히 나의, 그리고 우리의 생명과 안전, 더욱이 재산조차 지킬 수 없음을 뼈저리게 알았던 것이다. 정치 권력이 부패하고 무능한 집단에 맡겨졌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국민은 광장으로 나아갔다.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등 이른바 ‘조직’의 일사불란한 동원으로 그렇게 수많은 인파가 모인 게 아니다. 광장을 가득 채운 이들은 그저 평범한 일상의 이웃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저 숫자로만 표현되는 100만 명 또는 200만 명이 아닌, 정치적으로 깨어있 는 성숙한 국민이었다. 이들의 요구는 진정 무엇이었을까? 그저 공정한 선거 실시나 착한 대통령의 출현은 아니었다.

지난 수 십 년을 돌아볼 때 적폐와 불의를 씻으려는 지난한 민주주의의 움직임을 경험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87년 체제’라고 불리는 제6공화국은 6월 항쟁과 노동자대투쟁의 열매이지만 지난 30년 동안 민주주의의 실체가 완성되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많은 헌신과 희생으로 마침내 군부독재가 무너지고 남북화해의 단초가 열리긴 했지만 한국에서의 민주주의는 그 절차 나 형식의 측면에서 진일보를 경험했을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나마 대의제민주주의조차 시간이 지날수록 낡은 형식에 그쳐 여기에 만족하는 경우 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생명과 환경의 가치를 외면한 채 농업과 농촌을 파괴하고 소득 양극화와 빈부 격차로 인한 사회계층의 고착화와 차별문제가 일상화되는 등 민주주의의 가치는 왜소해지고 인권의 가치는 점차 사라지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2017년 장미대선은 새로운 공화국의 서막을 알리면서 ‘어둠을 이긴 빛’ 의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 늦가을 이후 광장을 메웠던 국민의 요구는 적폐 청산, 구체적으로 더 깊은 민주주의와 더 충만한 인권의 보장이었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청와대를 그저 청와대답게, 국회를 그저 국회답게, 사법부 를 그저 사법부답게만 하면 된다는 요구가 아니었다. 광장의 촛불은 제6공 화국의 가치를 회복하고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만들자는 외침이었다. 민주적 절차회복의 정치적 요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새 대통령과 여러 세력이 보여주고 있는 정치협력과 소통이 지속된다면 이른 시간 안에 민주적 절차의 회복은 상당히 진전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서막을 연 새로운 민주공화 국에는 어떤 헌법 가치와 과제가 주어져야 하는가?

새로운 공화국의 헌법 가치는 민주주의의 성숙함과 인권의 충만함에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헌법의 넓은 공간 속에서 높은 수준으로 성숙하려면 노동자, 여성, 학생, 노인, 장애인, 이주민 등 소수자들의 정치적 요구가 존 중되고 제도 속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정치경제의 몫이 보장되는 구체적 과제들이 구상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더 많은 정치적 자유가 보 장되고 계층 사이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헌법의 행위가 필요한 것이다. 한편 충만한 인권의 가치는 모든 사람의 생각, 표현, 행동 등이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처럼 아무런 이유가 없어도 그 다양성이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 다. 더욱이 이러한 가치는 국민과 그 수많은 집단들 사이에서 어우러질 수 있도록 고려되어야 한다.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헤아려야 한다는 요구와 그 수긍은 새로운 민주공화국의 품격이 될 것이다. 아울러 인권의 충만함은 생명과 자연에도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여야 할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민주공화국에서는 어느 생명 하나 소외됨이 없이 존중되고 사소한 존재나 집단의 외침도 모든 이들의 열린 마음에 다가설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정치적 책무는 탁월한 대통령이나 신선한 정치 엘리트가 아니라 오로지 깨어있는 국민에게 남겨진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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