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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섭 교수
  • 입력 2017.05.22 19:14

용감한 기획 가치있는 기사

한국은 보복하는 사회이다. 사물의 이치는, 사소하게 다루어질 때가 잦다. 당했다고 생각하면 보복을 계획하고, 기회가 생기면 과감하게 실천한다. 권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매우 위험한 사회이다. 타인에 대한 비판은 조심스럽게 한다. 비판의 구체적인 대상은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은 사건에서만 드러난다. 내가 과거의 「仁濟大新聞」을 꼼꼼히 읽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과거의 「인제대신문」은 그러했다고 생각한다. 비판은 이번 호 제3면의 <소통 없인 미소도 없다>와 비슷한 레벨이었다고 기억된다. 
이번 호는 그와 다른 것 같다. 제1면의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다>는 토목도시공학부의 선후배 사이에서 일어난 언어적 육체적 폭력이 소재였고, 제2면의 <썬라이징 “우리는 결백하다”>는 중앙동아리 썬라이징이 매년 개최하는 축구대회 ‘인제컵’의 수입과 지출에 관한 부정적 의혹이 그 소재였다. 용감하게 쓴 가치 있는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기자들은 이런 기사를 쓴 이후에 항의에 시달리는 일이 있고, 그로 인해 잠깐이라도 의기소침해지는 일이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기사를 쓰는 것이 기자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뜻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나더라도 잘 이겨내면 좋겠다. 이후로 이런 기사가 더 늘어나면 「인제대신문」은 더 좋아질 것이다. 
나는 인제대학교 캠퍼스의 인간관계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 때때로 주변 사람들에게 캠퍼스 내 폭력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물어본다. 사람들의 생각은 각각 다르다. 그 말들을 종합해보면 교원/직원과 학생 사이에, 선배와 후배 사이에, 남성과 여성 사이에 폭력이 타 대학보다 적은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오십보 백보를 넘어가는 것 같지는 않다.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다>에서의 빙산은 토목공학과의, 드러났거나 드러나지 않은 사건의 전체이다. 나는 이 빙산이 인제대학교의, 드러났거나 드러나지 않은 사건의 전체를 가리켰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취재할 여유는 없었더라도 암시할 정보는 있었을 것이다. 
「인제대신문」의 사설은 때로 나를 당황스럽게 한다. 사설은, 국립국어원의 사전에 의하면, 신문이나 잡지에서, 글쓴이의 주장이나 의견을 써내는 논설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이 뜻풀이에 충실하면 어떤 주장이나 의견이라도 사설이 될 듯하지만, 『국어국문학자료사전』(이응백, 김원경, 김선풍 편집)이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학중앙연구원 편집)을 이용해서 낱말 뜻을 구체화하면 사설의 소재는 국제적·국내적 시사문제로 제한된다. 제389호의 사설 <호연지기(浩然之氣)와 선여인동(善與人同)>은 시사문제라고 할 수는 없었다.
3월 초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 때의 제목은 <학문의 푯대>였다. 세상의 인과관계를 따지고 따져 깊이 들어가면 모든 일이 적어도 한번은 시사적인 것과 연결되겠지만, 이 경우에는 판단은 상식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인제대신문」의 사설의 또 하나의 결점은 주제의 폭이 좁은 것이다. 내가 과거의 사설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지만 사설의 주제가 정치, 사회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경제, 문화 때로는 과학기술도 다루어지면 좋겠다. 
사설답지 않은 사설이 실리지 않기 위해서도 사설의 주제가 다양해지기 위해서도 쓸 사람이 많아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떠오르는 방법은 과거의 편집국장들을 집필진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그이들은 글을 쓰고 싶어 할 것이며, 「인제대신문」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니 도움이 될 것이다. 사설을 투고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여기에는 세세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인제미디어센터에 신문기자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그 때문인지 편집국장은 매 호 거의 3편씩 기사를 쓰는데 그래서는 기사 전체를 장악하고 조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인제대학교 재학생들에게 취업을 위해서도 신문기자를 해보라고 권한다. 한국의 기업들은 면접으로 직원을 뽑는 장점을 알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기업의 채용방법이 바뀌고 있다. 한국은 속도가 빠른 사회여서 한번 시작되면 단기간에 크게 바뀐다. 한국기업의 채용방법은 멀지 않아 면접 중심으로 바뀔 것이다. 시험을 쳐서 쌓은 역량은 면접에서는 그다지 드러나지 않지만, 활동에 의해 쌓여진 역량과 인성은 면접에서 빛을 발한다. 인제미디어센터의 신문기자가 늘어나고, 창의적인 편집회의가 이루어지고, 그리하여 더 좋은 신문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