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장수정 기자
  • 고함
  • 입력 2017.05.16 21:07

우리는 공시공화국에서 살고 있다

장수정 기자

꽃피는 4월에 눈감은 세 청년의 죽음은 우리의 가슴을 쓰리게 했다. 지난달 20일(목) 전북 전주의 한 고시원에서 공시생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고, 경찰 시험 합격자 발표가 있었던 23일(일)에는 30대 공시생이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시험을 쳤다. 더는 버틸 힘이 없다’라는 말을 남기고 공원의 나무에 목을 맸다. 또한 27일(목) 한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한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4년째 준비해온 공무워 시험에 낙방한 뒤 어머니와 함께 고향으로 가던 길이었다. 한 달 사이에 무려 세 명의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들은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우리나라는 ‘공시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공무원 시험(이하 공시)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넘쳐난다. 정말 ‘즐비하다’라는 표현이 올바르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 65만 2,000명 중 39.4%(25만 7,000명)가 일반직 공시를 준비했으며, 공기업ㆍ교원 임용고시 등을 포함하면 총 62.2%가 공시생이었던 셈이다. 공시 열풍은 올해에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 역대 최고치인 17만 2천여 명이 응시하며 여전히 굳건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렇게 많은 응시자들 중 단 2.8%만이 공무원으로 선택받았고, 나머지 97.2%는 내년을 기약하거나 포기했다.

이렇듯 우리나라 청년들은 대한민국이 아닌 공시공화국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청년들은 ‘공시’에 이렇게 목을 매는 것일까? 이는 아마도 공무원 집단이 지닌 안정성과 특권 때문이다. 은퇴나이까지 보장된 직장, 높은 공무원 연금은 오늘을 살아가기 바쁜 청년들의 대표적인 고민 중 하나인 ‘노후’에 대한 걱정을 타파시켜 주니 취준생들에게 신의 직장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러한 공시 쏠림 현상으로 청년들의 경제활동이 침체되어 연간 17조 원의 손실을 초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시 열풍이 대한민국 전체 경제조차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국에서 지난 10일(수) 제19대 문제인 대통령이 취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일자리 확대를 기반으로 △공공부문 중심 일자리 81만 개 창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공약은 우리나라 일자리 전체의 단 7.6%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턱없이 부족한 공공부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공약이 청년들의 고민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이와 더불어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 확대 및 고용조건 보장을 통한 노동의 질 향상이다.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된 지금 공시의, 공시를 위한, 공시에 의한 취준생들의 아우성이 사그라지는 사회의 도래와 진정 노력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노동문화의 개혁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진심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