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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현슬기 기자
  • 오피니언
  • 입력 2017.04.10 19:01

당신은 지금 ‘대2병’을 앓고 계십니까

요즘 대학가에는 중2병에 버금가는 ‘대2병’이라는 용어가 떠돌고 있다. 이는 말 그대로 대학교 2학년 때 겪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한다. 현재 대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아니면 그 이전부터 타인과의 치열한 경쟁과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성인이 되기 이전에 자아에 대한 성찰과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지 못했다. 때문에 이들은 성인이 된 지금에서야 뒤늦게 ‘나는 누구인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등에 대한 고민으로 방황하며 무기력증과 우울증을 호소한다. 심지어 ‘대2병’을 앓는 학우들 가운데 심한 몇몇은 휴학을 하거나 대학을 그만두는 등 극단적인 선택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이 ‘대2병’을 겪도록 만드는 것인가.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유치원 시절부터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열렬히 외우고, 풀며 공부해 왔던 주입식 교육의 영향일 것이다. 자신의 진로와 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할 때인 청소년기에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학교-학원-독서실로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처지가 이렇다보니 이들이 직면한 목표는 대학의 진학이 되고 이 외에는 어떠한 생각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끝나고 대학에 진학한다 한들 이들의 고민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교양과 가벼운 전공만을 배우는 1학년이 지나 2학년이 되면 문자 그대로의 ‘대2병’을 맞이하게 된다. 갓 대학생이 된 1학년과는 달리 대학교 2학년은 차츰 취업에 대한 고민과 함께 진로에 대한 고민이 함께 어우러져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들은 2학년이 되어서야 고등학생 때부터 해 왔어야 하는 고민인 ‘내가 누구인가’,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 등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 시기에 큰 혼란을 느끼면서 차선책인 휴학, 자퇴, 편입, 전과 등 경로를 선택하게 된다.
현재 본교를 비롯한 각 대학에서는 신입생들에 한해 적성검사 및 성격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적성검사의 본래 취지는 학생의 능력이나 인격특성에 알맞은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취지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단순한 설문조사에 그친다는 평이 많다. 이후 이어지는 개인 상담이나 심층조사는 원활히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학에서 실시하는 적성, 성격검사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가 대학가에 들리고 있다. 또한, 이와 더불어 ‘대2병’을 막기 위한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다. 취업을 위한 개인의 스펙을 쌓거나 전공서적으로 학점 공부에 매진하는 것도 물론 대학생으로서 가져야 하는 자세겠지만 성인이 된 후 가장 시급한 것은 자신에 대한 이해와 진로 설정이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야 하고, 아름답게 보여야하는 청춘에 더 이상 ‘대2병’과 같은 웃기고도 슬픈 말이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