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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오식(유아교육) 교수
  • 입력 2017.04.10 17:41

자명성으로부터의 탈피

며칠 전 강의실에서 행동관찰 수업의 일환으로 간단한 실험을 하였다. 먼저 학생들은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런 다음 유치원의 소그룹활동을 기록한 동영상을 보면서 수업 중인 한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 아이의 성격특성을 평정해보는 것이었다. 두 그룹은 동일한 영상의 동일 인물을 관찰하였지만 한 가지만 달랐다. 그룹 A의 학생들에게는 관찰대상아동의 이름이 Jane(여자)라고 소개한 반면 그룹 B에게는 John(남자)이라고 소개한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양 꼬마의 성별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서 이 처치는 완벽하게 먹혀들어갔다. 결과는 놀라웠다. 공격성과 같은 남성적인 특성에서는 John에게서 높았고 여성적인 특성에서는 Jane이 높게 평정되었다. 동일인의 동일 행동을 관찰하고도 그가 남자라고 생각했을 때와 여자라고 생각했을 때 관찰의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던 것이다. 공격성은 성차가 뚜렷한 특성으로 일반적으로 남자는 여자에 비해 높은 공격성을 보인다. 사람들은 다 그렇게 믿고 있다. 이런 믿음이 John이 Jane에 비해 더 공격적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개인의 선입견이나 사전 지식에 의해 관찰결과가 영향을 받는 현상을 후광효과(Halo effect)라고 하는데 인간이 일상적으로 행하는 대표적인 자료수집 활동인 관찰(observation)이 주관적인 믿음과 신념에 의해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본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만을 본다. 인간의 이런 경향성 때문에 사람들의 한 번 믿은 것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비록 많은 다른 사람에 의해 편견이오, 잘못된 믿음이라고 지적받는 상황에서도, 또 반대 증거가 산처럼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신념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편견의 긍정적 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편견과 잘못된 신념은 대체로 인간의 정신을 구속하고 궁극에는 신체까지도 구속하게 만드는 한 예를 오늘 우리의 탄핵정국에서 보고 있지 않은가! 편견과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 정신을 자유케하는 과업은 평생을 통해 게을리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특히 대학 재학하는 동안이 가장 좋다.

그렇다면, 편견의 은신처는 어디인가? 편견은 평소에 우리가 자명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속에 얼굴을 감추고 숨어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정신이 편견과 잘못된 믿음을 버리고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자명하다고 믿고 있었던 것들을 뒤집어보아야 한다. 남자는 여자보다 더 공격적인가? 전라도 사람과 경상도 사람은 성격이 다른가? 사과는 둥근가? 육면체의 사과는 없는가? 자명성으로부터의 탈피- 이것이 우리를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인간으로 만드는 길이다. 대학생은 꼭 걸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