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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지혜 기자
  • 입력 2017.03.27 20:16

투표, 숫자라는 기준을 세우다

대학생이라면 저마다 한 번쯤은 성인이 되었다는 사실에 설레어본 적이 있을 테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존재했던 제약들이 사라지고, 처음 맛보는 진정한 자유로움에 한창 즐거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성인이 되었음에 마냥 웃을 수만도 없는 이유가 존재한다. 자유를 얻는 동시에 보다 무거워진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반증으로 성인으로서의 권리와 의무가 갖는 의미가 더욱 강해졌다. 이를 현재의 상황에서 예로 보이자면 선거권이다. ‘장미대선’이 수면위로 올라왔고, 이에 꼬리를 물고 ‘선거연령’도 화두에 올랐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이로 하여금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두 개의 집단이 생성되었다는 거다. 현행대로 선거연령을 만 19세로 유지해야 한다는 쪽과 만 18세로 하향시켜야 한다는 쪽이 대립하고 있는 실황이다. 더불어 고연령층에 대한 선거 제한과 이로 생기는 공백에 젊은층의 선거권을 늘리자는 의견도 들려오고 있다. 현재 시위라는 수단까지 더해져가며 그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변화하고 있는 선거연령
우리나라의 선거연령은 첫 선거가 실시됐던 1948년, 만 21세에서 시작됐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오던 시기였던 1960년, 민법상 성인으로 보는 만 20세로 그 연령이 하향되었으며, 2005년 선거법 개정으로 만 19세로 조정된 것이다. 3번에 걸쳐서 변경된 우리나라의 선거연령은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을 비롯한 147개국의 평균 선거연령이 만 18세이고, 오스트리아의 경우에는 만 16세 이상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까지만 해도 만 20세로 우리나라보다 선거연령이 높았던 일본도 젊은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를 기대하며 만 18세로 선거연령을 조정했다.

선거연령, 젊은층 늘리고, 고연령층 줄이고
많은 이들이 외치고 있는 만 18세라는 나이가 가늠이 안가는 이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만 18세가 되면 운전면허도 딸 수 있고, 혼인도 할 수 있으며, 공무원 시험도 응시할 수 있다. 심지어 군입대도 가능한 연령이다. 여기서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병역의 의무는 지게하면서 참정권은 배제하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게 선거연령 하향의 근거다. 법적으로 정한 나이에 미치지 않는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때문에 성숙한 사고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투표권이 부여되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사고력이 저하되고, 몸이 불편해 투표 장소까지 제대로 향할 수 없는 고연령자들에게도 투표권을 제한해야 하는게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상황에 있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시 만 18세로 선거권 연령을 확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정보교류가 활발해진 사회 환경으로 인해 청소년들도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갖추고 있다는 게 근거다.

고연령층의 유권범위 재고해야
선거연령의 하향을 주장하는 이들의 또 다른 입장은 고연령층의 선거권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본국의 정책상 고연령층은 근로나 납세 등 국가와 함께하는 많은 부분에서 그 책임이 면제되고 있다. 때문에 그러한 고연령층들의 지지로 선출된 정치인이라고 할지라도 그가 펼치는 정책들은 고연령층들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에 영향을 받는 것은 국가가 부여한 의무의 실질적인 주체가 되는 젊은층이고, 당사자의 입장에서 자신들이 살아가는 사회에 맞는 정책을 선택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이다.

현행법 유지 주장
하지만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만 18세는 성인에 미치지 못하는 나이이기에 성숙한 사고, 독자적인 사고가 불가능하며, 때문에 진지하게 선거에 임하지 못 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한, 만 18세로 선거연령을 제한한 일본의 선거에서 투표율이 30%에 머문 사례를 지적하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만 18세로 선거연령을 낮춘 후, 일본에서 처음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만 18세~19세의 투표율이 30%에 가까스로 미친 것이다. 그리고 당사자라 해도 어색치 않은 중고생의 여론을 살펴보아도 오히려 현행을 유지하자는 목소리가 컸다. 실제로 2015년 본 사안을 두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에서 선거연령 하향에 찬성하는 비율보다 현행 유지에 찬성하는 비율이 두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연령층의 선거권 제한에 대해서도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여론조사업체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고연령층의 경우 선거를 자신들의 권리로 생각하는 젊은층과는 달리 국민의 의무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젊은층에 비해 투표율이 현저하게 높고, 때문에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을 막으려는 행위는 잘못된 것이라며 오히려 찬성 측의 입장을 비판하고 있다.

이어지고 있는 대립
이러한 두 가지의 의견이 현재 팽팽하게 대립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선거연령 하향’에 대한 찬성의견이 48.1%, 반대의견이 46%로 찬성 측이 조금 더 우세하지만 비슷한 결과를 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현상이 최근들어 새롭게 떠오르는 이슈가 아니라는 것이다. 본 사안은 이미 전부터 언급되고 있었고, 실제로 2014년에는 헌법재판소에서 본 사안을 다루기도 했다. 결과는 현행 유지였다. 당시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아직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시각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거나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부모나 교사 등 보호자에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는 게 헌법재판소의 판결이었다. 하지만 찬성 측은 이러한 판결에도 굴복하지 않고 당시로부터 3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해오고 있다. 또한, 그들은 의견 표출에 그치지 않고, 직접 거리 시위까지 감행하며 대선전, 선거연령 하향을 실현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참정권의 범위를 고연령층은 줄이고, 젊은층을 늘는 일은 더 이상 해외에서 벌어지는 가십거리가 아니다. 대선과 더불어 선거연령으로 떠들썩한 본국의 상황만 보아도 알 것이다. 때문에 더 이상 본 사안이 우리와는 관련 없는 이야기라 단정지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 가운데 자신의 입장을 세울 필요가 있다. 본 사안에 대한 깊은 토론과 고심을 거치면서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해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