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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현슬기 기자
  • 고함
  • 입력 2017.03.27 19:16

술 문화, 우리가 바꿔 가야할 숙제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 마시면 환호, 거절하면 벌주를 하사받는 대학가의 술 문화는 학기 초마다 대학가의 큰 문젯거리로 부상한다. 특히, 이러한 술 문화의 폐해는 신입생이 입학하는 신학기에 더욱 두드러지게 찾아볼 수 있는데, 학기 초 선ㆍ후배와의 어울림을 목적으로 마련된 각종 행사에서 술은 빠질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학 내 고질적인 술 문화가 진정한 선ㆍ후배의 화합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지난 달 18일(토) 서울 A 대학에서 대학가 술 문화의 폐해를 뒷받침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이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인 새내기 배움터(이하 새터)에서는 ‘차별과 강권 없는 새터’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새터가 마무리된 후 학부(과) 대표는 단체 카톡방에 ‘개강 후에는 차별 있는 술자리, 강권 있는 술자리를 기대하라’는 메시지를 남겼고, 이는 곧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대학 내 술 강요가 수면위로 드러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학부(과) 대표는 게시글에 대해 “책임을 통감해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위 사건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B 대학에서는 한 신입생이 ‘새내기 배움터 때 선배들 번호를 얻으려면 술을 한 잔씩 먹어야 한다더라. 이게 당연한 일인가’라며 잘못된 술 문화를 지적하기도 하는 등 대학 내 잘못된 술 문화가 단순한 친분 쌓기를 넘어선 새로운 악폐습의 형태를 띠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학가 술 문화의 어긋난 모습 때문일까, 한편으로는 이러한 폐해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를 삼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실제로 몇몇 대학에서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 음주 자체를 금지하거나 1박2일 프로그램을 학내에서 진행하게 하고, 이 외에도 대학 측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대학 문화 개선 대책도 나왔다. 이러한 대학가의 노력과 더불어 경찰청에서는 신학기 악폐습 근절을 위해 경찰청은 올해 2~3월을 선·후배 간 불법행위 집중신고기간으로 설정하고 대학 소재지 담당 경찰서에 '대학 내 불법행위 수사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어느덧 신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대다수의 학과들이 해오름식을 비롯한 여러 선ㆍ후배와의 자리를 마련했을 터고 그 자리에는 응당 술이 함께했을 터다. 만남의 자리에서 술을 제외하라고는 말할 수는 없다. 필자도 대학의 한 구성원으로서 모임의 즐거움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전통으로 둔갑한 술 자리 악폐습으로 인한 신입생들의 고충들이 더 이상은 들려오지 않았으면 한다. 건전한 술 문화와 진정한 의미의 선ㆍ후배의 관계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