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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현슬기 기자
  • 고함
  • 입력 2017.03.02 16:53

대학 군기, 이제는 사라져야 할 때다

오늘날 대학 군기는 단순한 선후배간의 서열정리와 학과의 문화가 아닌 대학 사회의 고질적인 악폐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매년 신학기가 되면 뉴스나 SNS에서 대학 내 어긋난 군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중 SNS에 올라온 사례들을 살펴보면 대학 내 군기는 ‘인사를 안 해서’ ‘행사에 참여를 하지 않아서’ ‘선후배 간 위계질서 확립을 위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자행되고 있었다.

이렇듯 사라지지 않고 매년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있는 군기 사건으로 인해 작년 5월 교육부에서는 ‘대학 내 건전한 집단 활동 운영 대책’이라는 법안이 통과되었고, 각 대학에 학칙 개정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법안이 통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심지어 SNS 메시지를 이용해 군기를 잡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한 SNS 사이트에서는 모 대학의 신입생이 학과 선배들과 대화한 내용을 캡쳐한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캡쳐 속 대화 내용은 신입생이 선배에게 합격 감사와 앞으로의 다짐 등을 기술한 내용과 이를 본 선배들의 반응을 엮은 것이었다. 이 캡처에는 10줄 이상의 나름대로 공손한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선배들의 반응은 ‘이모티콘을 쓰지 마라’ ‘선배라고 불러라’ ‘다나까를 써라’ 등 지적뿐이었으며, 후배가 먼저 SNS 친구추가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온갖 험한 말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시글의 피해자들은 후배라는 이유로 이를 묵인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공론화 시킬 경우 다가올 추가 보복이 두려웠던 것이다.

이러한 그릇된 군기 문화는 타 대학 뿐만 아니라 본교에서도 존재했다. 작년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본교 모 학과의 군기에 관한 게시물이 여럿 올라왔다. 이는 ‘군대인지 학과인지 모르겠다’ ‘불참비를 걷는다’ 등 학과 내 군기를 고발하는 게시물이었다. 본교도 학교 내 비정상적 군기에서 안전지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타 대학의 경우 대학 내 군기행위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인 고통으로 인해 대학생활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생겨나고 있고 심할 경우에는 자살시도까지 하는 학생도 발생했다. 이 문제는 더 이상 묵인할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되고 있다. 어쩌면 대학교 학교폭력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대학 내 군기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학교, 그리고 사회가 모두 이 문제에 대해 관심과 위기의식을 가지고 힘을 모아 척결해야 한다.

학기의 시작인 지금 학교에서는 MT나 신입생 환영회 등 선후배간의 화합의 자리가 많이 있을 것이다. 행사를 준비하는 선배들은 설렘을 가득 품고 이제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신입생들에게 시대착오적인 ‘군기’보다는 따듯한 ‘정’을 나누어주며 아름다운 대학생활의 시작을 축복해 주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