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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장수정
  • 미역(美曆)
  • 입력 2016.11.02 22:16
  • 수정 2017.02.02 22:17

<고산자, 대동여지도>

조선팔도 최고의 지리학자, 김정호

안녕 한 달 만에 돌아온 미역이야! 모두 시험은 잘 치렀니?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찾아오길 바라면서 오늘은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다고 알려진 김정호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
올해 지난달 7일에 개봉된 <고산자, 대동여지도>라는 영화를 아니? ‘대동여지도는 뭔지 아는데 고산자가 뭐지?’라고 생각한 친구들이 몇몇 있을 거야. 옛날 사람들은 서로 편하게 부르기 위해서 ‘호(號)’를 만들어서 썼는데, 김정호의 호가 바로 ‘고산자(古山子)’라고 해. 그래서 제목이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된 거야. 즉 ‘김정호, 대동여지도’와 똑같은 뜻이지.

전국을 3번 돌고, 백두산을 8번 오른
지도쟁이 김정호는 누구?

우리는 중·고등학교에서 대동여지도를 만든 사람은 김정호라고 배웠어. 맞아 그는 조선 시대 가장 많은 지도를 제작하였고, 가장 많은 지리지를 편찬한 사람이야. 조선 백성들의 휴대성, 편리성, 대중성을 위해 실용적인 지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1861년 3층 건물 높이에 한반도를 담은 「대동여지도」 목판본 22첩을 만든 위인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어.
그러나 만화책이나 영화 속에서 그가 조선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지도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근거 없는 소리야. 오늘날처럼 제대로 된 교통 및 통신 시설도 없었던 그 시대에 한 사람이 수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도를 그렸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 이미 우리나라는 고구려 시대부터 전국적인 지도를 갖고 있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존재해. 아주 옛날부터 국가는 지도를 중시했고 전쟁이 자주 발발하는 그 시대엔 꼭 필요한 물건이었기 때문에 꾸준히 만들어 왔다는 거지. 김정호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면, 그는 조각 장인이자 지리학자로서 생업을 함께 했기 때문에 이를 포기하고 조선 팔도를 여행하는 건 불가능했어. 그래서 그는 기존의 지도와 지리지를 고증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지도를 만들어낸 거지.
즉,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지도를 그리는 고생을 할 필요 없이, 국가가 생산한 기존 자료들을 활용하여 이전 지도의 문제점을 보완 및 수정하는 방법으로 지도를 만들어 낸 거야. 뿐만 아니라 금위영대장과 좌승지를 맡았던 ‘신헌’이라는 후원자의 도움으로 규장각은 물론 국가안전보장회의인 비변사에서 빼내어 편집한 지리지를 고증받아 정확한 지도를 완성할 수 있었어. 이러한 사실들은 김정호의 <동여도지>나 <여비도지> 같은 지리지를 집필한 데서 추론할 수 있어.

평민이기 때문에 구설수에 오른 위인
또 하나!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김정호에 대한 이야기가 한 가지 더 있어. 일제강점기 시대 교과서인 「조선어독본에 기록된 김정호에 대한 내용이야. 본 책에는 김정호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도를 만들었는데 흥선대원군은 너무나 정확한 그의 지도에 놀라 이것이 이용당할까 봐 두려워 그의 지도를 다 태워버리고 국가기밀누설죄로 그와 딸을 감옥에 가둬 옥사했다는 이야기가 나와.
이는 일제가 식민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대원군을 매도함으로써 조선의 무능함을 드러내려 날조한 기록이야. 일제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거짓말이라는 거지. 거기다가 ‘조선은 지도 하나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나라’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서라는 의미도 있어.
이런 역사 왜곡이 가능했던 이유는 김정호가 양반이 아닌 평민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해 알려진 기록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이를 통해서 영화 속 대부분의 이야기가 허구라는 사실과 조선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지도를 그렸다는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가 과장된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어.
그러나 그가 조선 백성들의 위인이라는 점은 변치 않는 사실이야. 그가 지도에 품고 있었던 열정과 애정은 모두 진심이었지. 그렇지 않다면 어느 누가 먹고살기 바쁜 그 시대에 지리지를 공부하며 길과 산, 산맥, 강, 물줄기 등을 하나하나 목판에 새기고 조각할 수 있었을까? 그가 이루어낸 업적들은 조선 지리학에 아주 큰 변화를 준 훌륭한 역사라고 할 수 있고 우리는 이런 위인을 오래오래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