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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없는 일상, 상상이나 해봤어?

오늘날 사람들의 눈은 늘 휴대폰의 화면을 바라보고 있고 사람들의 손은 늘 휴대폰의 자판을 두드리고 있어. 이러한 현상과 함께 동반되는 문제는 개인적인 영역을 시작으로 하여 사회적인 영역까지 그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지.
이러한 가운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휴대폰 중독을 막아낼 자잘한 대책들이 아닌 단하루라도 손에 휴대폰을 쥐지 않고자 하는 결단력이라고 생 각 해 . 그렇다면 과 연 휴대폰이 없는 우리의 하루는 어떠할까? 그렇게 호기심을 안고 시작한 ‘휴대폰 없이 살기‘는 생각보다 힘들었어. 하루 동안 휴대폰이 필요한 경우가 정말 많았거든. 휴대폰이 없으니 그러한 경우들이 모두 불편함으로 다가왔지.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휴대폰이 없다는 게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다가왔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아. 역으로 생각해 본다면 알람이 존재하지않아 보다 부지런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고, 휴대폰이 없으니 이외의 다른 무언가에 집중할 수도 있을 테지. 뿐만 아니라 대화 시간의 연장선을 제시해주기도 해. 무엇보다도 휴대폰의 부재는 휴대폰이라는 도구에 가려진 보다 넓은 시야를 밝혀줘. 어쩌면 그러한 바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단 하루라도 좋으니 다들 손에서 휴대폰을 놓아봐. 물론 불편함이 존재하겠지. 하지만 우리는 휴대폰의 기능들보다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잖아? 휴대폰이 없다는 사실이 특별한 것이 아닌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 그렇게 되면 휴대폰 화면이 아닌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며 웃음 짓는 시간이 더 많아질 거야.

 

#아무도 깨워주지 않는 아침
평소 같으면 경쾌한 음악 소리에 놀라 괴로워하면서 잠에서 깨어야 하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귀를 괴롭히는 소음을 듣지 않고도 저절로 스르르 눈이 떠졌어. 덕분에 몸도 마음도 상쾌한 기분이었지. 내 방에 있는 시계가 알려주는 시간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수업시작이 9시인데 시곗바늘은 어느새 9시를 훌쩍 넘었더라고. 덜컥 내려앉는 마음을 붙잡고 눈을 비비고선 다
시 시계를 바라보았지만 다시 보아도 시곗바늘은 9시에서 멀어지고 있었어.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울리지 않은 알람을 확인하려 휴대폰을 집어 들려고 했지만 휴대폰의 고정석인 머리맡이 비어있는 것을 보고 휴대폰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어디다가 탓할 곳도 없고 잠과의 싸움에서 져버린 나의 약한 의지탓이거니 하며 망연자실한 마음으로 등교 준비를 서둘렀어.


#시끄럽고 무료한 등굣길
교복 입은 학생들을 시작으로 해서 양복 입은 직장인들까지, 아침 시간의 대중교통은 그야말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어 . 덕분에 서로 떠드는 소리 ,소리치는 기사 아저씨의 소리, 꽉 막힌 도로를 메우는 차들의 클락션 소리까지 온갖 소음이 섞여서 귓속을 울려대기 시작했지. 늘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몰랐는데 이어폰 밖의 세상은 정말 너무나도 정신없고 시끄럽더라고. 소음에 지쳐 피로해지려는데 운좋게도 자리가 나서 앉았지. 그런데 앉으니까 또 앉은 대로 지치기 시작하는 거야. 평소였다면 게임을 하거나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는데 휴대폰이 없으니 그럴 수도 없는 거 있지? 결국 그렇게 혼잡한 소음 속에 섞여 무료하게 멍만 때리다가 버스에서 내렸지 . 정말 지치고 힘들었던 등굣길이었어.


#나만 몰랐던 휴강
느지막이 학교에 도착해 시간이라도 확인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는데 이제는 현대인의 시계가 되어버린 휴대폰이 없으니 그것도 불가능했어. 휴대폰이 있으니 딱히 시계를 차고 다닐 필요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무작정 뛰는 수밖에 없었지. 그런데 또 뛰려고 하니까 시간표가 헷갈리기 시작하는 거야. 휴대폰에 시간표를 저장해 두니 굳이 외울 필요도 없었으니까. 긴가민가한 마음으로 강의실에 도착해 문에 붙어있는 시간표를 살펴보니 다행히 맞더라고. 그제서야 마음을 놓고 조심스레 강의실 문을 열었는데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어. 깜깜한 강의실이 텅 비어있었거든. 한참 상황파악을 하고 있으니 불현듯 휴강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어. 아마 총대가 메신저를 이용해 전체적으로 휴강 소식을 전달했을거야. 요즘은 휴강을 비롯해서 학과 행사와 같은 일들도 모두 휴대폰 메신저로 공지하니까. 휴대폰이 없는 나만 소식을 전달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소외감도 들고 왜인지 모르게 허탈해지는 느낌이었어.


#뜬 눈으로 지새우는 밤
휴대폰이 없었을 뿐인데 머피의 법칙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일이 꼬여버린 하 루 였 어 . 그래서 평소보다 훨씬 피곤한 느낌이었지. 무거워진 몸을 이끌어 간신히 씻고 옷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는데 금방이라도 감길 것 같은 눈이 오히려 말똥말똥 해지는 거야. 사실 몸은너무나 피로했지만 내가 자기에는 이른 시간이었거든. 늘 잠에 들기 전 몇 시간은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늦은 새벽이 되어서야 잠에 빠지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지. 아마 머리도 늘 늦게 잠들어 버리는 내 습관을 기억하고 있었나봐. 결국 몸은 피로한데 잠은 오지 않고 그렇다고 무언가를 하지도 못한 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가 평소 내가 자는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즈음 간신히 잠들었던 것 같아. 휴대폰을 할 때는 빠르게만 지나가던 시간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려니 진짜 더디게 가는 거 있지? 분명 제일 편해야 할 휴식 시간이 휴식 시간으로 여겨지지 않던 순간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