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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장수정
  • 미역(美曆)
  • 입력 2016.09.12 17:14
  • 수정 2017.02.02 22:21

미역(美歷) <덕혜옹주>

우리가 알고 있는 덕혜옹주는 누구인가

최근 우리나라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섞어 제작한 퓨전 사극 영화가 많이 상영되고 있다. 우리와 가까운 매체를 이용해서 ‘잊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기억하자’라는 의도는 좋았으나 과도한 역사 왜곡으로 인한 부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과도하게 도취시킨다는 ‘국뽕(국가+히로뽕)영화’라고 비판받기도 하며, 잘못된 역사를 인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조성했다. 많이 아는 것보다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번 <미역(美歷)>은 사실관계가 다르고 잊혀지거나 왜곡된 한국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가 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코너이다. 지금부터 우리가 몰랐던 역사를 찾아보자.

 

영화 속 <덕혜옹주>와 실존인물 ‘덕혜옹주’

안녕? 내 이름은 미역이야. 아름다울 미(美)에 지낼 역(歷)자를 써서 아름다운 역사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오늘 내가 들려줄 역사는 망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에 대한 이야기야.

혹시 이미 덕혜옹주를 알고 있니? 맞아 지난달 3일(수)에 개봉된 영화 <덕혜옹주>의 주인공 이덕혜가 바로 그녀야. 그녀의 일생을 간단히 알아보자면, 1912년 후궁 양귀비와 고종 사이에서 태어났고 1919년 고종이 세상을 떠났어. 1925년 강제 일본유학을 가게 되었고 1929년 생모 양귀인이 사망했지만 상복조차 입지못했어. 1931년 대마도 번주 집안의 백작 소 다케유키와 정략결혼을 하게 되었고 1945년 해방 후 조선으로의 입국이 거부되었어. 1955년 정신병원에 입원 후 남편과 이혼하고 1년후 딸 정혜가 자살했어. 1962년 5월 8일 덕혜옹주는 38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1989년 창덕궁에서 사망했어. 그녀의 커다란 일생기는 영화에서 보았던 것과 유사하지만, 영화 속의 <덕혜옹주>와 실제 ‘덕혜옹주’는 일대기만 공유할 뿐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어.

 

허구 말고 진실을

황녀답지 않은 삶을 살았던 황녀

1912년 덕혜옹주가 태어났을 땐 이미 국권침탈로 대한제국은 멸망했었어. 이런 그녀가 어떻게 황녀 대우를 받을 수 있었을까? 경술국치 당시 일본과 맺은 한일병합조약 8개 조문에는 조선 황실의 명예와 지위를 모두 인정하고 제대로 보장해줄 것을 약속한다는 사항이 있었어. 망국의 책임이 있는 조선 황실이 일제로부터 호의호식하는 것을 알게 된 조선인들은 무척이나 분노했지.

조선 황실에 대한 반감이 날로 높아지던 때에 그녀가 조선 노동자들을 위해 연설하고 학교를 세우고 유학생들과 교류했다고? 아니, 영화 속에서 덕혜옹주가 능동적으로 항일 운동에 나선 것처럼 보여준 모든 것 또한 허구였어. 더욱이 그녀는 조선으로 망명을 기도한 적도, 상해로 가자고 영친왕을 설득한 적도 없었지. 실제 그녀는 아버지처럼 독살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항시 보온병을 챙겨다니는 신경이 쇠약한 여성에 불과했어. 수동적이고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한 삶을 살아갔지. 유학도 결혼도 모두 일제의 의도하에 이루어졌어. 정신병이 심해졌지만 당시의 정신병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과 의료기술 미비로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했어. 그녀의 나이 50세에 조국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의 정신은 어린아이 수준이었어.

이런 인생을 살았던 덕혜옹주의 삶이 안타깝게 느껴질 수도 있어.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녀보다 불행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수두룩했고,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도 많았었어. 그들과 비교하자면 오히려 그녀는 일제의 보호 아래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아간 거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나름대로 자유로웠으니까!

덕혜옹주는 마치 민들레 씨 같아. 자유로워 보이지만 바람이 없다면 자신이 머물 곳조차 정할 수 없는 것처럼, 그녀는 그 시대의 바람에 따라 운명이 정해진 거지. 그 바람은 고종이 자식의 안위를 위해서 덕혜옹주를 일본 황실에 입적시켰을 때부터 시작되었어. 그게 기회였는지 불행의 시작이었는지는 덕혜옹주 자신도 잘 모를 거야. 오늘 내가 해준 이야기보다 그녀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혼마 야스코의 ‘덕혜옹주’ 책을 추천할게. 덕혜옹주를 잊지 말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