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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남지현, 임지혜 기자
  • 사회/문화
  • 입력 2016.08.29 19:57

내 돈, 내 시간, 내가 쓰며 즐긴다

한없이 여리고 외롭기만 한 그들에게, 위로를... 타인의 시선, 신경 쓰지마

최근 SNS에 ‘혼자 여행 다니기’, ‘혼자 영화 보기’, ‘혼자 밥 먹기’, ‘혼자 술 마시기’ 등이 빈번하게 올라 오고 있다. 어릴 때부터 ‘우리’라는 공동체를 강요하던 우리 사회가 이제는 ‘나’와 ‘너’인 개인에게 중심을 두 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은 혼자가 어 색하기에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홀로 무언가를 하는 것에 있어 그렇게 겁내지 않아도 된다. 엄청난 준비도, 굳은 마음도 필요 없다. 그저 자신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어 나는 일들에 ‘혼자’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되는 것이다. 

 혼자라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느끼던 이들도 이를 깨달 은 탓인지 최근 혼자 생활하는 일명 혼족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변한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점점 늘어가는 혼족을 위해 사회도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칸막이가 설치된 1인 식당이 생겨나고, 영화관에서는 싱 글석을 도입하기도 했다. 특히 편의점은 도시락, 과일 등 혼자 먹기에 알맞은 다양한 품종을 갖추어 갔다. 이 외에 혼자 사는 이들을 위해 택배와 공과금 납부 서비스 등도 제공된다.

 

# 혼족은 혼자만의 자유를 즐기는 사람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난 꿈을 꾸지. 여기 아닌 어딘가에 있는 꿈을. 이렇게 춤을 추면서, 거울을 보며 혼자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다른 나를 꿈꾸며’ 언니네 이발관 밴드의 ‘혼자 추는 춤’이라는 곡에 나오는 가사이다. 언뜻 보기에 혼자서 춤 을 추는 것이 서글퍼 보인다 한다. 하지만 혼족에게는 가사 에 나오는 내용이 짠한 모습이 아닌 자유를 즐기는 순간이 다. 우리는 대체 왜 혼자인 것을 위로해주어야 하는 것이라 고 생각하게 된 것일까.

 사회에서는 모두에게 ‘나’가 아닌 ‘우리’일 때 기대하는 것이 많다. 많은 기업에서 찾는 리더십이나 포용력은 함께일 때 나오는 것이며, 대부분의 사람이 추구하는 활발한 사교성, 친화력 등은 공동체 속에 있을 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서 나오는 자립심, 독립심과 같은 것이 더는 차지할 곳이 없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리와 있을 때와 달리 혼자 있을 때 나를 찾아와 두드리는 것들이 있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깊게 생각할 수 없는 ‘나’에 대한 성찰과 여러 영감과 생각이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몽마르트르 언덕을 홀로 산책하며 일 상을 천천히 음미한다고 한다. 오감을 사용하여 산책하다 멈 춰 쓰고 싶은 대로 글을 쓰고, 자신을 관찰할 기회가 생기게 된다고 했다.

  이처럼 혼자 있는 시간은 쓸쓸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쉬는 시간인 것이다. 평소에 혼족 생활을 하는 본교 박세준(경영학부ㆍ10) 학우를 인터뷰하며 그는 ‘혼자서 생활 을 하면 타인의 시선이나 의견에 연연치 않고 오직 내가 하 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점이라고 꼽았다. 그 리고 혼족으로서 다른 이들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혼자 생활하다 보면 분명 얻어지는 게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성장한다, 오직 혼자 생활해야만 배울 수 있는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라고 전했다. 혼족에게 좋 은 점만 존재한다고는 단정 지을 순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혼자의 즐거움과 이 순간에만 찾아오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때가 오길 바란다.
 

#혼족은 외롭고 위로받아야 할 사람이다.


우리 민족에게 있어 삶의 모토라 함은 단연 ‘공동체 정신’이 었다. 하지만 이젠 과거형이 쓰여도 어색치 않을 만큼 사회 의 모습은 변했다. 예부터 강조해오던 공동체 정신은 온데간 데없고, 저마다 개개인의 삶에 심취해 살아갈 뿐이다. 자유로 운 삶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 무어라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 지만 갑작스러운 변화에서 오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느껴지는 씁쓸함은 감출 수가 없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우리를 이렇 게 변화시킨 것일까.

 그 원인이 단지 개인의 신념이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신념의 변화도 결국 그 밑바탕 은 사회이기 때문이다. 즉, 큰 틀에서 바라봤을 때 늘 공동체 만 강조하던 사회의 모순된 변화로 인해 오래도록 지켜오던 신념을 벗어던졌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바는 계속해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상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사회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혼밥족의 경우만 살펴 보아도 그러하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혼밥족들 의 영양이 부족하고,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인하여 건강을 잃 어가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혼족은 단순히 이러한 개인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의 중심 문제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 이삼식 단장은 “혼족이 증가함에 따라 가족 형성의 시기도 점점 늦추어지는 추세이고, 이로 말미암아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전부터 싹을 틔워오던 저출산, 고 령화 같은 문제들이 혼족과 맞물려 그 크기가 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더이상 혼족을 단순히 자신만의 삶을 즐기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그들 역시도 자유라는 가면 속에 외로움이라는 본연 의 모습을 감추고 있는 이들일 수도 있다. 그들이야말로 우 리 사회에 진정 위로받아야 할 이들이 아닐까 싶다. 그들의 자유로움에 환호하고, 각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면에 있는 외로움에 손을 내밀어 주어야 할 때이다.

 

#Interview
혼족이 늘고 있는 사회 현상에 대해 본교 상담심리치료학과 김영근 교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혼족이 등장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원인이 존재할 것이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에 구 직난 등으로 인해 사회에서 어울리기보다는 자기 시간을 확 보하기 위해서 혼자를 자처하는 것이다. 이렇게 혼족은 자 신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나 불안함에 의해서 생겨난다 고 본다. 혼족들이 SNS를 통해 모임을 갖기도 하고, 편의점의 1인 도시락과 같이 사회적으로도 편의성이 증가하여 또는 가까운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 혼족들이 늘어난다고 본다.


Q. 혼족 문화로 인한 긍정적인 면은 무엇인가?

혼족에 맞춰서 나오는 1인 카페나 경제적, 산업적인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필요하고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최근에 SNS를 통해 모이는 혼족 모임 등에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관계 형성을 할 수도 있으므로 좋은 측면이다.


Q. 반면에 부정적이거나 학생들에게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보나?

결국에는 관계성의 문제이다. 혼족을 추구하면서 아이러니하 게도 SNS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나간다. 그러나 이 관계가 일회성에 그치거나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한 채 반복된 다면,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가? 관계 안에 내 모습은 무엇 인가? 라며 고민이 생길 수 있다. 인간은 관계를 추구하는데 근본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에 공허감이나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낄 수도 있다.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Q. 이로 인해 얻거나 배울 수 있는 면은 무엇인가?

우리는 때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를 돌아보는 것 이 가장 큰 부분이다. 단지 혼자 취미생활을 하는 것에 그치 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돌아보는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한 세상에서 자신을 정서적으로 찾아가고 나는 누구인지 에 대한 철학적인 생각을 하는 데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