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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인제대신문사
  • 입력 2016.08.29 18:24

[사설] 개인과 가정에 책임을 돌리는 사회

지구환경변화가 가져온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여름철 에어컨 등 냉방시설사용에 따른 주택용 전력요금제와 관련된 논란이 발생했다. 주택용 전력요금 누진제는 1974년 12월에 전기요금 및 요금구조가 개편되면서 3단계 누진제로 신설되어 시행되었다가 여러 차례 개정되면서 2007년부터 주택용의 경우 6단계 누진제가 만들어져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다.

주택용은 사용하는 전기량에 따라 소비자의 소득수준을 가늠 할수 있기 때문에 누진제를 적용하여, 사회복지 차원에서 저소득층을 보호하고, 에너지를 많이 사용계층에 대해서는 소비절약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반해 일반용, 산업용, 교육용 등은 사업장규모나 산업에 따라 전력사용양태가 상이하므로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고 계절별, 시간대별 차등요금제가 적용하여 전력수요가 많은 여름철과 주간시간대에 높은 요금을 적용하고 있는데, 그 차등의 비율이 두 배를 넘지 않는다.

주택용 전력요금 누진제는 두 가지 이유를 담고 있는데, 첫째는 전력의 과소비를 경계하기 위한 것이다. 1970년대 초 세계유가파동이 터지고, 전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석유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던 우리나라는 경제적 위기를 겪게 됨에 따라 전기절약을 위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한 것이었다. 둘째로는 '서민에게는 감세, 부자에게는 증세'를 통한 복지목적이었다. 과거에는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에어컨은 부자의 상징과도 같았다. 즉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부유층들에게 더 많은 요금을 받는다는 의도로 누진제가 시행되었던 것이다. 간단히 말해 전력요금 누진제는 1974년 오일쇼크 이후 전기를 많이 쓰는 가정에 높은 요금을 부과해 주택용 전력의 소비절약을 유도하여 산업용 전력공급을 싸고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과거 부유층의 상징물이던 에어컨이 일반 서민에게까지 보급되는 시대가 되면서 누진제를 개편해야한다는 의견이 등장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주택용과 산업용, 일반용의 사용 비율이 대략 3:3:3인 것과 비교해 볼 때 주택용 전력사용의 비율이 15% 내외인 우리나라는 OECD국가 평균의 55% 수준이다. 또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의 부문별 전기 소비량을 살펴봐도 산업용은 전기소비량 40% 급증했으나 주택용 전기 소비량은 0.5% 증가하는데 그쳤다. 실제 2011년 기준 우리나라 주택용 전력의 가구당 소비를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전력소비를 보이는 일본과 비교해도 절반수준이다.

정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시적으로 전력요금 누진제를 완화한다고 한다. 정부는 지난 9일 블랙아웃을 대비해 소비를 억제할 필요성 때문에 누진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연 전체 전력 소비량 중 주택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15% 내외밖에 되지 않고 상업용 및 산업용 전력의 낭비가 심한 상황에서, 주택용 전력소비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될까? 물론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주택용 전력요금 누진제의 개선이 대규모 정전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정부의 시각은 전력부족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개인가정의 노력으로 해결하려는 관점으로 심히 우려된다. 물론 전력요금과 관련하여 에너지절약이라는 관점에서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는 개인과 가정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10 여 년 전과는 다른 주택용 전력소비패턴을 고려할 때 6단계 전력요금 누진제는 한 개인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사회적 문제이다. 요금폭탄을 만들어놓고, 이를 개인의 노력으로 피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부의 대책이 될 수 없다. 요금폭탄을 제거해야 한다.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 ‘불가능은 없다’ ‘절약만이 살 길이다’ 등과 같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정적으로, 창의적으로(?) 노력하면 잘 살수 있다는 주장은 맞다. 그런 것은 개인이 할 일이다. 그런 구호만으로 국민들이 편안해 지는 것은 아니다. 사회제도의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에게 국민의 각성과 노력을 촉구하는 정부의 모습은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주체로서의 모습이 아니다. 전력요금제도만이 아니다. 청소년들의 일탈과 자살, 청년실업의 문제, 묻지마 살인이나 왕따, 차별, 특권, 저임금, 불평등한 갑을관계 등 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개인과 가정에 돌려서는 안 된다. 정부가 근본원인을 찾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