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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최진화 기자
  • 고함
  • 입력 2016.05.09 19:42
  • 수정 2016.05.09 21:06

[고함] 학회장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종종 뉴스나 기사를 통해서 타 대학교에 관한 좋지 않은 소식을 접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우리 학교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라며 철석같이 믿곤 했다.

하지만 그런 믿음도 잠시. 얼마 전, 누군가로부터 들려온 제보는 그동안 본교에 감춰져 있던 비밀, 아니 쉬쉬하며 숨기던 사실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했다. 제보의 내용은 이랬다. ‘학부(과) 행사에 불참할 경우, 그에 따른 불참비를 지불해야 된다고 하는데 이것은 부당한 것 아니냐’고 말이다. 만약 제보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해당 학부(과)만 조사할 것이 아니라 모든 학부(과)를 전부 조사해야 됐기 때문에 그리 쉽지만은 않은 취재일거라 예상했다. 문제의식을 느낀 한 학생의 제보로 시작된 불참비에 관한 의혹은 취재를 하면 할수록 해당 학부(과)뿐 아니라 타 학부(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고, 심지어 불참비의 종류와 그 금액도 상당히 다양하고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그동안 왜 이런 문제가 은밀한 비밀처럼 감춰져 왔을까. 분명 제보자와 같이 잘못된 것임을 아는 학우들도 있었는데 왜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이에 제보자들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하기 위해 학부(과) 학생회장들을 대상으로 취재를 진행했다. 우선, 그들은 제보자들의 말처럼 불참비를 걷고 있는 것에는 ‘사실이다’고 대답했다. 이어 걷는 이유에 대해 묻자, 하나같이 비슷한 사정을 늘어놓았다. 그들에게 불참비는 ‘그간 학부(과)의 전통’, ‘참여유도를 위해 불가피한 것’ 등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심지어 취재를 통해 드러난 5개 학부(과) 중, 불참비가 상식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아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불참비가 큰 문제인지는 인지하지 못했다. 의생명단과대학 A 학생회장의 경우, 학생들의 참여유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불참비를 걷는다고 말했다. 더 자세한 이유는 학생회에서는 학생들의 만족을 위해 오랜 기간을 거쳐 열심히 준비를 하지만 학우들이 참여할 의지가 없어 원활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불참비라도 걷어 학우들의 참여를 유도해보면 어떨까 싶어 그동안 불참비를 걷어왔다고 한다.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들이 어떠한 설득을 통해 불참비를 합리화시킬지라도 분명 잘못된 행위임에는 틀림없다. MT는 개인의 자발적인 의사를 전제로 참석과 불참석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불참비라는 강제적 패널티가 주어진다면 이는 개인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다기보다는 참석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식일 뿐이다. 우리는 성인이다. 성인은 자신의 의사결정을 누구의 강제적 간섭도 받지 않고 생각하고 행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라도 현재 존재하는 전근대적인 방식의 MT 불참비를 비롯한 여러 강제적 참여방법들은 하루속히 사라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