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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현슬기 기자
  • 입력 2016.03.21 16:26
  • 수정 2016.03.21 17:18

아름다운 사람, 노래하는 사람 번작이

>> 김해 가인소극장을 다녀오다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 이불 밖은 위험하다며 나오지 않던 사람들도 따뜻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본격적인 야외활동을 시작했다. 봄이 되면서 문화생활 수요가 증가하는 이때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가거나 혹은 연인과 벚꽃놀이를 가는 것도 좋지만 감동과 웃음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한 편의 연극을 관람하는 것은 어떨까. 기자는 열정이 가득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가인소극장을 추천한다.

작은 꿈 공장, 가인소극장

가인소극장의 탄생은 우연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그것은 과거 1992년에 박경용 수필가가 “김해에도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활동의 일환으로 그 당시 김해 출신으로 서울에서 활동하던 조증윤 연출가가 김해에 공연장이 생긴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다. 그 후 가인소극장에 들어와 고향의 문화생활 발전을 위해 김해여고 학생들을 모아 함께 ‘방황하는 별들’을 제작하고 공연을 했다.

그 후 40여회의 공연이 이어졌고 이 공연 실적이 인정되어 문화관광부의 소극장 개설사업에 선정되었다. 그리하여 지금의 모습인 가인소극장이 탄생한 것이다.

과거 가인소극장이 정극을 위주로 한 연극을 연기했다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직접 제작하고 창작을 해서 만든 안녕엄마, 터집잡기, 택시 등 다양한 주제로 연극을 하고 있다.

그 중 택시의 경우에는 1년에 4회 정도의 공연을 하고 있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다. 우선 공연을 하려면 대본을 짜고 무대를 만들고 전체적인 컨셉을 잡아야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길게 3달 혹은 4달 정도 걸린다. 이후 극의 컨셉과 대본이 다 만들어지면 연극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배우들을 오디션을 통해 뽑는다. 이렇게 선발된 배우들은 3달에서 6달 간의 연습기간을 거친 후 무대에 오른다. 올해에도 이러한 과정을 거친 창작극인 리어까라투스트라를 다음달 1일(금)에 김해문화의전당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다.

친근하고 아날로그 감성의 연극

연극은 배우들과 관객이 함께 소통을 하고 배우들이 관객들 바로 앞에서 생생한 연기를 펼치는 무대예술이다. 이런 무대예술의 장으로는 대형극장과 소극장이 있는데 소극장의 경우 무대가 작기 때문에 배우와 관객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 공연이 끝난 후에는 배우들에게 한층 친근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인소극장 부대표인 홍태규(34) 씨는 “연극이 관객 앞에서 공연하기 때문에 공연 중에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일어난다”고 말하며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그는 “예전에 공연에서 슬픈 장면을 연기했었는데 침이 계속 앞에 앉은 관객에게 튀어서 관객들이 울지 않고 웃었다. 그때 참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덧붙여서 “무대로 관객을 한분 데려와 같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 있었는데 배우들이 돌아가면서 그분에게 술을 먹여서 그분이 무대에서 내려갈 때에는 만취상태로 비틀비틀 거리며 들어갔다. 그때 모두가 박장대소 했던 적이 있었다”라며 회상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재미있는 연극을 100% 즐길 수 있는 팁은 무엇일까. 홍 부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배우 한사람만 보지 말고 무대 전체의 흐름을 보라. 사람들은 대부분 연극을 볼 때 대사를 하고 있는 배우에게만 집중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를 놓치기 쉽다”고 그는 말했다. 이어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웃기면 크게 웃고 슬프면 눈물 흘리며 우는, 한마디로 느끼는 감정 그대로 연극을 보라. 이 두 가지만 유의해도 연극 내용을 쉽고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연극은 영화와 같이 매번 같은 영상을 틀어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일매일 바뀐다. 때문에 배우의 컨디션이나 관객의 호응에 따라 내용이나 분위기가 달라져서 2~3번 다시 보러가도 매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영화는 감정을 일방적으로 받는다는 느낌이 들지만 연극은 관객과 배우들이 교감하고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공연이 끝난 후에도 여운이 길게 남는다. 이런 점에 있어서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와 스크린과는 다른 연극만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연극의 붐이 일어나는 그날까지

거리를 걷다보면 대형 영화관들이 많이 보이지만 과거와 같이 대형극장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불과 10여 년 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은 활발하게 공연됐다. 당시에는 거리에 극장들도 많았고 극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영화와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연극을 보는 사람들이 줄어들었고 연극이 점점 설자리를 잃어갔다. 그와 동시에 연극배우들도 설 수 있는 무대가 줄어들어서 연극배우의 꿈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에 가인소극장은 더 이상 관객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찾아가 공연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노인정, 실버대학, 정신병원 등에서 초청을 받아 공연을 하고 창작극인 ‘택시’같은 경우에는 경남지역에 순회공연을 다니기도 했다. 또한 가인소극장 주변에 있는 공원에 가서 자신들이 만든 창작극을 공연하며 가인소극장을 홍보하고 있다.

연극의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에 대해 홍 씨는 “열심히 노력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연극의 붐이 한번쯤은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홍 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는 발전하고 인터넷도 더욱더 발달할 것이다”며 “그렇게 되면 옛날 감성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고 인간냄새 나는 연극을 찾는 사람들이 분명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인소극장은 그 날을 위해 열심히 달려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커튼이 내려가고…

공연이 끝나고 커튼이 내려가면 이제 연기자들은 배우가 아니라 한 명의 사람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관객들과 직접 이야기하고 사진도 찍으며 진솔한 시간을 보낸다. 이때 관객들로부터 ‘정말 재밌게 봤다’, ‘진짜 택시기사 같았다’라는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이런 응원의 말들을 들으면 지난 시간의 고생이 한 번에 잊혀 질 만큼 힘을 얻는다. 반면에 간혹가다 극장을 나가면서 ‘재미없다’, ‘돈 아깝다’라는 말도 하는 관객들이 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정말 허무하고 맥이 탁 풀리지만 그런 얘기보다는 응원해주는 말이 많기 때문에 멈추지 않고 계속 연극을 한다.

마지막으로 홍 씨는 “연극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니 학생들이 연극을 어려워하지 말고 가인소극장을 많이 찾아와서 배우들과 같이 호흡하고 즐겼으면 좋겠다”며 “가인소극장은 항상 학생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언제든지 환영한다”라는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