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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우승수 기자
  • 입력 2016.03.21 15:25

[기자칼럼] 20만원짜리 햄버거

이 시기에 신입생만 납부하는 돈이 있다. 바로 학부(과) 학생회비다. 학부(과) 대표들은 한해 학과를 운영하기 위해 신입생으로부터 4년 치 학생회비를 거둔다. 그 금액은 학부(과)마다 다른데,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15만원부터 많게는 25만원까지도 거둬들인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이는 ‘이중과세’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엠티비’ 납부에서 잘 나타나는데, 학생회비를 제출함에도 불구하고 엠티비도 내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일부 학생들에게서 나타난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학생회는 버스 대절, 숙소 예약 등의 비용이 학생회비만으로는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엠티비를 추가로 수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매년 부담되는 등록금에다 입학금, 올해 오른 총학생회비, 전공 및 교양서적 등의 지출에 부담이 큰 신입생들과 학부모의 주머니는 이미 너덜너덜해진 상태지만 학생 대표로서 그런 학생들의 사정을 일일이 따지기에는 코앞에 닥친 연중행사를 준비하느라 신경 쓸 겨를이 없다.

5년 전 기자도 신입생 시절을 겪어서 학부(과) 학생회비에 대해 신입생으로서 느끼는 심정을 알고 있다. 당시에 학과 학생회비로 20만원을 납부했는데, 그로 인해 얻은 것은 야식배부 때 받았던 햄버거 1개였다. 대학교 4년을 다니면서 고작 햄버거 하나를 먹기 위해 20만원을 낸 것이 아니었다. 기자에게 학생회비란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 선배들이 내라고 해서 당연히 납부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때문에 학생 자치의 의미에 대해서는 모른 채, 부모님께서 또 한 번 빚을 내서 학생회비를 납부해주셨다. 하지만 이렇게 학생회비가 걷어지고 난 후에는 누가 혜택을 더 받든 덜 받든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여기서 기자는 학생회에게 ‘자치’에 대해 묻고 싶다. 신입생은 처음 마주치는 대학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학생회비는 세칙에 명명되진 않지만 학부(과) 학생대표들이 납부 통지서를 제작해 신입생들에게 배부한다. 이는 선배들이 하라고 하면 다 해야 하는 줄 아는 신입생에게 학생회비는 ‘반드시 납부해야 하는 돈’처럼 보인다.

신입생들에게 ‘학생 자치’라는 말은 ‘선배들이 마련해주는 행사’ 정도로 바꿔서 사용할 수도 있겠다. 지금의 학생회비는 자치회비라는 빛 좋은 명분에 싸인, 그저 선배들에게 밉보이기 싫어서 강제로 납부해야하는 돈일뿐이다.

신입생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첫 엠티를 기다리고 있는 시기. 그런 신입생들을 로망을 지켜주기 위해, 학생회 대표들은 엠티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행사에만 학생회 활동을 치중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학부(과)의 다음 세대를 이어갈 후배들과 진정한 자치의 의미에 대해 상기해보길 바란다. 다시는 20만원짜리 햄버거를 먹었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