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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최진화 편집국장
  • 고함
  • 입력 2016.03.02 17:35
  • 수정 2016.03.02 20:52

어불성설(語不成說)

기자는 지난 학기 본교를 거닐다 우연히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학우를 마주쳤다. 그리고 본교의 위치상 모든 강의실 및 건물이 오르막길에 위치해 있어 이들이 학업에 집중하기에 유리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학업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에 비해 본교의 일부 건물은 아직도 이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함을 느낄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두 곳을 꼽을 수 있다.

우선, D동(탐진관)의 경우이다. D동 입구에는 계단과 휠체어 전용 길이 설치돼있다. 심지어 승강기 내부에는 ‘인제인 여러분, 승강기 이용 시 장애우를 배려 합시다'라는 문구까지 적혀있다. 그런데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면 계단밖에 없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만약 이런 모순적인 D동의 구조를 모르는 학생이라면 자칫 기분이 상하거나 불편함을 겪을 수도 있는 일이다. 또한, 이 모순된 상황을 알더라도 D동에 가기 위해서는 H동(약학관) 뒷길을 따라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이는 장애인 전용 길과 승강기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문제는 비단 D동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단적 예로, 승강기 자체가 없는 늘빛관이 떠오를 것이다. 이 공간은 학생을 위한 회관으로써 중앙동아리, 분식, 지하매장, 학생복지처, 학생취업처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복지 및 문화생활이 총집합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승강기 하나가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취업진로처가 늘빛관으로 이전하면서 승강기 얘기도 함께 거론됐다. 이때 일부 학생들은 장애우 학생들도 똑같은 학생인데 늘빛관을 이용할 수 없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학교 측에서 승강기 설치 얘기가 나왔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승강기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장애우 학생들이 겪는 고통을 우리에게 대신 전해준 한 학생의 말이 떠오른다. “장애우 친구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승강기가 설치돼있지 않아 공동체 생활을 할 수가 없다. 그들도 일반 학생이다.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말이다. 우리는 장애우 학생들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그들보다 건강한 신체를 갖고 있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아무리 소수의 장애우일지라도 우리와 배움의 길을 함께하고 있는 학우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대학은 배움을 위한 곳이니 배움에 과정에서 모두가 공평한 기회를 제공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얼마 전, 본교는 취업률 부문에서 부ㆍ울ㆍ경ㆍ제주 권역 대학 중 1위를 차지해 인제대의 명성을 드높인 바 있다. 필자도 본교의 한 학생으로서 1위라는 결과가 자랑스럽다. 하지만 소수를 위한 배려와 복지는 아직 이 수준에 미치지 못한 듯하다. 하루 속히 장애우 학우들의 손과 발이 되어줄 복지가 마련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