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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송호석 기자
  • 입력 2015.06.02 12:51

‘대신 전해드립니다’를 아십니까?

직업별 익명 고민게시판서 출발 익명성이 가지는 순기능과 역기능


지난 2012년 9월 출판업 종사자들이 ‘출판사 옆 대나무 숲’이라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일하면서 겪는 여러 고충을 공유했다.
이때부터 △방송사 △인턴 △며느리 등의 여러 대나무 숲 계정이 생겨나며 많은 사람이 SNS상에서 고민을 나누기 시작했다.
대나무 숲 열풍은 2014년 초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까지 퍼졌다. 이것이 바로 ‘대신 전해드립니다’의 첫 시작이었다.
대학교의 경우 서울대를 시작으로 연세대, 고려대가 차례대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한 후 뒤를 이어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대신 전해드립니다’는 말 그대로 ‘대신’ 전해주기 때문에 직접 말하기 힘든 부분을 익명을 빌려서 이야기할 수 있다. 페이스북 관리자에게 메시지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보내면 관리자가 간단한 필터링을 거쳐 게시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인제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인대전)’도 이때 개설됐다.
2014년 5월 1일 첫 익명 글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많은 학우가 이용 중이며 2015년 5월말 기준 6천 700명에 가까운 학우들이 인대전 페이지의 게시글을 받아보고 있다.
분실물 찾기, 건의 사항, 기타정보 등 다양한 순기능 작용 효과

인대전은 주로 잃어버린 물건을 찾거나 찾아주는 글이 많다. 조사결과 42% 이상을 차지했다. 지갑부터 시작해서 가방, 책, USB 등 분실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심지어는 지난달 18일(월)에는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는 글도 올라왔다.
최근 들어서는 ‘그와 그녀’를 찾아 달라는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2일(금)에 올라온 게시글은 모두가 웃음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익명의 그는 자신을 소개하며 좋은 여자를 소개 받고 싶다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또 지난달 24일(일)에 올라온 한 게시글에서 자신은 군인이라고 신분을 밝히며 ‘곧 전역하는데 화장실에서 밥을 먹지 않게 해달라’며 ‘복학생을 잘 챙겨달라’는 글도 올라왔다.
이와는 다르게 물건이나 사람을 찾는 게시글이 아닌 학생들의 잘못된 시설물 사용을 지적하는 개념 게시글도 올라와 호응을 얻고 있는데 4월 16일(목)에는 ‘인제대 시험기간 인성클라쓰’라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제보자는 시험 기간 중 복도에 있는 개수대에 라면을 그대로 버린 것을 비난했으며 이 게시물에는 180여개의 ‘좋아요’가 눌러지기도 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금연구역인 교내 화장실에서 흡연하고 담배꽁초를 세면대와 변기에 버린 것을 인대전에 고발하기도 했다.
인대전에서는 이처럼 문제를 고발하는 역할뿐 아니라 각종 대외활동 정보, 기타 문의사항, 정보교환 등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개인정보 유출, 구체적 사진, 비방글 등 자칫 사생활 침해와 인격권 문제 발생

인대전의 순기능적인 역할이 존재하는 반면 게시물의 지나친 말과 구체적인 사진으로 인해 몸살을 앓기도 한다.
주로 페이지를 관리하는 사람은 일반 학생이다. 따로 검열하는 기능이 없으므로 업로드되는 게시글은 명예훼손이나 초상권 침해 등과 같은 위법의 소지를 안고 있다.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경우는 상대방의 사진과 학과, 학번 등의 개인정보부터 집 주소까지 여과 없이 공개되는 경우다.
이 경우 누군가 악의적인 마음을 먹는다면 2차 피해나 3차 피해 등 추가적인 피해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
또 본인의 동의 없는 사진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지난 5월 18일(월)에는 A동을 지나던 한 학우가 3층 휴게실을 지나다 우연히 한 커플의 음란행위를 목격하게 됐다.
이 학우는 커플이 몸을 맞대고 있는 사진을 찍어 그대로 인대전에 제보했다.
그리고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SNS상에 게시되어 문제가 생겼다.
이 경우 개인신상 문제는 물론 SNS를 통한 마녀사냥의 우려가 불거질수도 있다. 이후 인대전에서는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다.
이뿐만 아니라 특정 인물이나 학부(과)를 비방하거나 저격하는 글들도 버젓이 게시되고 있다. 축제 기간이었던 21일(목)과 22일(금)에 각각 옆자리에 탔던 학우 2명이 버스에 구토했다고 제보했다.
하지만 여기에 구체적인 좌석까지 공개함으로써 당일 버스를 탔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상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인대전은 분실물을 찾기, 그와 그녀 찾기, 건의사항, 문의사항, 기타 정보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반면에 허위사실이나, 초상권, 개인정보 유출, 저격글 및 비방글 등의 부정적인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인대전이 소통의 창구로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후에 게시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까지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인대전 관리자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장난으로 요청한 글은 게시하지 않고 있다”며 “익명을 보장하기 위해 관리자들 또한 서로 누군지 모르고 주변 인물에게도 알리지 않는 것을 규칙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인대전을 통해 유익한 정보만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