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학기 내는 1만 원, 총학생회비란 무엇인가?
줄어드는 총학생회비 납부율, 학생자치 ‘흔들’
총학생회의 힘은 총학생회비로부터 나온다
총학생회비는 매 학기 등록금고지서와 함께 고지되며 학생들의 자율적인 납부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납부된 회비는 △총학생회 △총여학생회 △동아리 연합회 △각 단과대로 배분되며 각 학생단체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 사용된다.
총학생회는 이렇게 모인 총학생회비에 교비에서 배정된 복지기금을 더해 △다이어리 제작 △커뮤니티 사이트 제작 △신입생 OT 비용 △간식 △플래카드 △대자보 △축제 △국도순례 △농활 △기타 사회문화활동 등을 추진한다. 이처럼 총학생회비는 학생들의 학업 증진과 더불어 활발한 대학생활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올해 1학기, 총학생회비 역대 최저 납부
총학생회비 납부율이 저조한 이유는?
이러한 총학생회비는 해가 갈수록 납부율이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 1학기 학생자치회비는 역대 처음 5천 만원 미만으로 걷혔다. 지난 4년간의 1학기 학생자치비 납부현황에 따르면 2012년 6천 162만원 2013년 5천 810만 원 2014년 5천 467만 원으로 꾸준히 줄다가 올해는 4천 917만 원이 납부됐다.
납부율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는 총학생회비와 그로 인한 혜택에 대한 학생들의 효용성이 점점 감소하는 데 있다. 특히 저학년에서 고학년이 될수록 총학생회비를 잘 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A(임상병리) 씨는 이번 학기에 총학생회비를 냈다. 딱히 이유가 있어서 냈다기보다는 다들 내니까 따라서 낸 것이다. 임 씨가 총학생회비에 대해 유일하게 만족하는 때는 야식배부가 이뤄지는 시험 기간이다. 임 씨는 “사실 햄버거 나눠주는 것으로도 만족할 수 없는데 그것 말고는 눈에 보이는 것이 딱히 없다”며 “공동구매 같은 것들도 많은 학생에게 꼭 필요한 혜택은 아닌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B(글로벌경제통상) 씨 역시 총학생회비를 매 학기 내왔다. 부모님이 등록금을 내주실 때 한꺼번에 내기 때문이다. 변 씨는 “총학생회비를 내고서도 딱히 혜택을 느낀 적은 없지만, 부모님께서 등록금을 내실 때 총학생회비도 함께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C(IT기자공) 씨도 총학생회비를 2학년 때까지 냈다. 하지만 김 씨는 “총학생회비 고지서에는 만 원만 내라는 식으로 되어있고 별다른 설명이 없는 데다가 강제성도 없어 이후로는 내지 않았다”고 했다.
제32대 ‘동행’ 총학생회 이진형(신문방송ㆍ10) 회장은 총학생회비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 “학우들이 학생회의 일은 본인과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사실상 학생들이 학생자치에 관심을 두지 않고 학생회비를 내지 않아서 그만큼의 혜택이 줄어든 것인데 그것을 알지도 못하고 혜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덧붙여 “총학생회비가 줄어들면 행사의 질이라든가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것들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며 “등록금도 인하되는 상황에서 총학생회비가 줄어들면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준다는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작년 대비 단과대 배분율 3% 인상
올해 하계 LT 예산 줄여…
당일 워크숍으로 진행될 듯
총학생회비의 납부율이 저조한 가운데 총학생회는 학생회 운영비 배분 및 사용에 난항을 겪었다.
이 때문에 총학생회장의 주도로 각 단과대 학생회는 올해 하계 LT 일정을 조정해 기존 1박 2일로 진행하려던 행사를 당일 워크숍으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하계 LT는 1천 만원 가량의 예산이 들었지만 당일 행사로 진행하게 되면 200~300만 원 정도가 든다.
이진형 회장은 “비록 총학생회비 납부율이 줄어드는 실정이지만 학생회에서 나름대로 노력한다”며 “LT를 당일로 개최하면서 아낀 예산을 최대한 단과대로 배분하여 학생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고민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의 경우 총학생회비 분배현황을 살펴보면 총학생회에 68%, 단과대 32%를 분배했지만, 올해는 총학생회 65%, 단과대 35%로 조정했다. 이는 각 단과대에서 기존 분배금으로 사업 진행과 공약이행이 힘들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다.
그런데도 큰 문제는 공인 토익 지원이라든가 귀향길 버스 등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지난해에 없어진 ‘토익응시료 지원 사업’은 올해 ‘동행’ 총학생회의 공약사항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예산 부족으로 인해 진행하지 못한다.
이 난선(難船)에 함께 오른 학생취업처 학생 담당 김도철 팀장은 총학생회비 납부가 저조한 현 실태에 대해 “신입생보다는 고학년일수록 납부율이 저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학생회의 홍보부족과 더불어 일반학생들의 참여의식이 갈수록 소극적인 것이 원인이라 생각한다”며 “학생들이 학업 증진과 더불어 또 다른 여러 활동을 영위하면서 활발한 대학생활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총학생회비가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학생들의 무관심, 설득은 해보셨나요?
충분한 설명으로 학생 관심 잡아야
그러나 총학생회비 문제에 대해 무조건 학생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이제 고리타분하고 진부하며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학생회에서는 왜 총학생회비를 내야 하는지, 총학생회가 진행하는 행사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그 의미가 학생들에게 어떻게 이익이 되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본교의 경우 등록금에 학생자치비가 포함된 것은 아니지만, 등록금고지서 아래에 총학생회비고지서가 따라붙는다. 관련된 부가 설명이 없어 의무납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의무적으로 내야 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학교생활에 대해 잘 모르는 부모님이 등록금을 내다 보니 고지서의 내용대로 전부 내야 마치 학교에 등록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실상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납부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학생회비 고지서에 학생회비 관련 사항을 명시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한, 학생들이 납부한 학생회비로 운영되는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예ㆍ결산의 투명성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ON’ 총학생회의 경우 하계 LT에서 부실한 학생회비 결산으로 지적받고도 2학기 결산마저 제대로 하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올해 총학생회 역시 학생들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학생회비 납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치비 사용명세서 공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학생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한 마음잡기와 학생회의 약속 이행이다.
우승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