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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윤경 기자
  • 학술1
  • 입력 2005.09.05 00:00

"알코올중독, 내 생애 가장 어두운 곳에서의 삶"

술 권하는 한국사회. 술을 마시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은 바로 술을 끊는 일일 것이다.   술로 인해 인생의 바닥까지 갔다가 우연히 'A.A.(Alcoholics Anonymous)'라는 단주모임을 알게 되어 14년간 술을 끊고 이제는'A.A.'의 봉사원으로 삶을 살고 있는 허(55)씨를 만나 단주모임에 관해 알아보았다.

처음 그를 만난 곳은 부산 부용동의 자그마한 사무소. '새길 단주모임'이라 불리는 그 곳은 알코올중독자들이 일주일에 몇 차례씩 모여 함께 체험담을 나누는 단주 실천의 장(場)이었다.
허씨는 18세 때 처음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 41세때 까지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고 했다. 술주정으로 집안은 쑥대밭이 되었고 형제와의 관계도 단절되었으며 결혼 후에 아내가 화병을 얻기까지 했으니 자연적으로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그는 당시의 자신을 이렇게 말했다. "우울과 심한 좌절에 빠져있는 나는 자제력이 없는 반사회적 인간이었습니다"그러한 그가 생의 반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술 때문에 모든 생활이 망가지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의 부정적인 마음가짐에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후 술을 간절하게 끊고 싶은 욕망이 생겼으며 당시 너무 힘들어 걸었던 '생명의 전화'에서 지금의 'A.A.(단주모임)'을 소개해 주었다.

처음 모임을 나가며 단주를 했을 때만 해도 많은 심적 고통을 겪었다고. 심리적인 금단증상으로 심한 좌절, 조울 등의 압박을 겪었지만, 자신과 동일한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 술로 인해 겪었던 좌절담과 단주 극복담 등을 나누며 의지해 비로소 단주를 실천해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현재 14년째 단주를 실천하고 있는 그는 의지의 사나이였다. 지금은 단주모임 'A.A.'에서 다른 멤버들을 도와주면서 스스로에 대한 의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으며  일용직이긴 하지만 일을 할 수도 있게 되었다.

술을 마시던 과거와 비교해보았을 때 지금 생활은 어떠세요? 라는 기자의 물음에 "이전에 사회에 소속되지 못하고 겉돌았다면 이제 겨우 보통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처럼 평범하게 사는 거죠"라는 쑥스러운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제 그는 인생의 가장 어두운 순간에서 스스로를 구제한 용기 있는 사람 중 한 명임이 분명하다.  또 그는 우리 사회가 알코올중독자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만 비로소 병을 줄여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대부터 노년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단주모임에 참여하는 미국(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사회적 인식과 알코올중독에 대한 안일한 생각 때문에 대체로 중독 말기가 되어서야 모임을 찾는다고 한다. 그는 "?젊을수록 초기증상 때부터 단주모임 활동을 한다면 회복이 훨씬 빠르고 남은 인생을 더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경우 알코올중독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수치를 느끼고 숨기려는 경향이 강해 모임의 참여자 수가 극소수라는 안타까운 현실도 일러주었다. 끝으로 그는 알코올중독증은 재발의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에 혼자의 의지보다 집단적으로 단주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동지애로 뭉친 단주모임을 통해 병을 치료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전했다.

◆A.A. - Alcoholics Anonymous라는 영문표기의 줄임말로써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이라는 의미이다. 단주를 실천하고자 하는 익명의 사람들의 모임으로, 처음 시작된 곳은 미국. 1935년 빌과 밥이라는 두 술꾼이 만나 서로의 경험을 나눔으로써 술을 끊을 수 있음을 발견해 모임을 만든 것이 시초가 되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2백 개국에서 약 3백만명의 알코올 중독자가 'A.A.'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에는 1982년 처음 도입, 현재 전국 80여개의 그룹에 7~8백명의 멤버가 있다. 지난 93년 결성된 부산?경남연합에는 8개의 모임이 있다. 문의) 051-291-7462 새길 단주모임

*이 글은 인터뷰를 바탕으로 기사화 한 것이므로 지면의 구성과 상관없이 알콜중독자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