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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은화 기자
  • 학술1
  • 입력 2005.09.05 00:00

당신의 간, 안녕하십니까?

'하루라도 술을 먹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힌다' 술을 마시지 않는 날은 속이 메슥거리고 식은땀이 비오듯 흐른다. 가끔은 환청이 들리거나 헛것이 보이기도 한다.
위의 증상은 알코올의존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금단증상이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에게만 예외가 적용되지는 않는다. 일상속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알코올의존증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본교 학우들의 음주실태를 통해 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한다.  -편집자-

알코올의존, 내성과 금단증상 동반

알코올의존이란 술을 많이 마셔 음주에 대한 조절능력이 약해지거나 상실돼 내성·금단증상과 같은 생리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것으로, 신체·행동장애, 사회부적응 등의 증상이 드러난다.

내성은 자신의 주량보다 더 많은 알코올을 필요로 하는 상태이고, 금단증상은 알코올 사용을 중단하거나 사용량을 줄일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손이 떨리거나 신경이 예민해지는 현상이다.

부산 대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 박성봉 과장은 "일반적으로 불리는 알코올중독은 잘못된 병명으로 정식 병명은 알코올의존이다"며 "흔히 불리는 알코올 '중독'이란 용어는 병에 걸린 환자가 아닌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 병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다"고 올바른 용어 사용을 당부했다.

본교 학생, 의존증 인식도 낮아

지난 달 26일(금) 본교 학생 2백 명을 대상으로 대학생들의 음주실태 및 알코올의존증에 대한 인지도를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남 60%, 여 56%가 알코올의존증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으나 자세히 모른다'고 답해 이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남학생의 29%가 '2주일에 3회 이상'술을 마시고, 한 번 마실 때 '소주 1~2병'을 마신다는 응답이 63%에 달했다. 반면 여학생의 40%는 '한 달에 2회 이상' 마시며, 54%가 '소주 반 병 이하'를 마신다고 응답했다. 부산알코올상담센터 팀장 송명희씨는 "소주의 적정량은 반 병(여성 1~2잔)으로 음주 빈도 보다는 1회 음주량이 얼마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술을 마신 후 기억하지 못한 적이 있나'라는 물음에 남 15%, 여 20%가 '종종 있다'고 답변했다. 송 팀장은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은 뇌에 손상이 있는 것"이라며 "자주 반복되면 뇌의 영구적인 손상으로 이어져 치명적이다"고 전문가에게 상담받을 것을 권유했다. 또한 박성봉 과장은 "알코올의존증에 걸릴 가능성은 유전적으로 타고나지만 환경적인 요소도 중요하다"며 지나치게 술에 관대한 분위기 등 주위환경 요인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여성 음주률 증가, 매우 위험

한국보건사회연구원(1999)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음주률은 남성 83.3%로 과거에 비해 큰 변동은 없으나 여자는 54.9%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1 참조]

여성의 경우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남성의 절반에 불과하고, 체내 수분 비율이 낮은(여 50%, 남 65%) 반면 체지방 비율은 높은 편이다. 알코올은 수용성이라 몸 안의 물에 녹지만 지방에는 용해되지 않기 때문에 여성들이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더 많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간 손상을 촉진해 간질환 발생 위험이 남성보다 훨씬 높다. 뿐만 아니라 임산부의 경우 아기에 영향을 미쳐 ?태아 알코올증후군? 유발 등 여성에게 있어 음주는 매우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알코올의존증은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초래함에도 불구하고 쉽게 지나치는 질환 중의 하나이다.
2001년 보건복지부 역학조사 결과보고에 의하면 남자성인의 25.2%, 여자성인의 6.3%가 알코올 사용장애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는 알코올남용과 의존을 합친 수로 남용은 의존보다 좀 더 가벼운 상태로 남자 4명 중 한 명은 '술병'에 걸렸다는 수치다.

하지만 전체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 중 5.5%만이 알코올에 대한 질환을 인지, 의사나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의존이 치료하지 않으면 점점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치료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기 때문이다

박성봉 과장은 "대학생에게 의외로 의존증 환자가 많다"며 "자신이 알코올에 중독됐는지 자아진단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체크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송명희 팀장은 "뇌는 25세까지 성장하므로 대학생들은 청소년기에 속한다"며 "과음은 몸을 해치므로 1주일에 2번 이상의 술자리는 피하고 자신의 주량을 정확하게 알고 그 이상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젊은 층의 알코올의존, 더 이상 소수의 문제가 아니다. 생활 속 깊이 자리잡은 음주문화, 이제는 본인 스스로가 바꿔나가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