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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황승현 기자
  • 입력 2014.09.23 18:42

노는 게 좋은 사람 재미난 쌀롱으로 모여라

노는 게 좋은 사람 재미난 쌀롱으로 모여라

김해 내외동의 어둑한 골목, 평범한 건물들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건물 하나가 있다. 밝은 불빛과 함께 드러난 건물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간판 아래에는 마치 가정집 지붕처럼 널빤지를 얹어놓았고 꽃밭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발해 있다. 카페에 차 한잔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아주 친한 친구 집에 놀러 온 것만 같다. 이곳의 이름도 건물의 인테리어만큼이나 톡톡 튀고 재미있다. 바로 문화 카페 ‘재미난 쌀롱’이다.

독특한 인테리어로 이미 다른 카페와 차별성을 두고 있는 ‘재미난 쌀롱’. 속을 들여다보면 외관만큼이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엉성해도 괜찮아,마치 우리 집같이 편안한 카페

흔히 ‘잼싸’라고 불리는 이 카페는 소위 놀기 좋아한다는 사람 네 명이 모여 만들었다. 화가인 김혜련 씨, 기타리스트 김충도 씨, 사진사 류하석 씨, 커피 감정사 김판수 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해의 유일한 갤러리 카페였던 ‘부뚜막 고양이’ 같은 카페(본지 2011년 12월 5일 325호 16면)를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잼싸’의 시발점이 됐다. 김혜련 씨는 “김해에는 문화시설이 있어도 즐길 줄을 잘 모른다”며 “김해 인사동의 시초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일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김혜련 씨가 직접 인테리어를 디자인하고 김충도 씨가 공사를 맡았기 때문에 공사 기간이 꽤 길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획일화된 인테리어를 가진 프렌차이즈 카페들과는 달리 ‘잼싸’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인테리어가 완성됐다.

‘잼싸’의 인테리어 콘셉트는 재활용과 엉성함이다. 인테리어에 이용한 아이템들 모두 중고다. 테이블과 의자도 쓸 만한 것들을 얻어 조금 손을 본 후에 그대로 사용했다. 그리고 카페 내부 벽들은 합판을 세워 만들었는데 이것들도 지인에게서 얻었다. 하지만 의자와 테이블은 테이블보와 쿠션으로, 합판은 페인트로 예쁘게 색칠해 오히려 ‘잼싸’ 특유의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김 씨의 미적 감각은 화장실에서도 유감없이 나타난다. 다른 카페에서는 그저 볼일만 보고 나오는 화장실이 ‘잼싸’에서는 나만의 공간이 된다. 화장실 문 옆에는 옷걸이 하나가 걸려있고 창가에 위치한 선반에는 매니큐어들이 늘어져 있다. 마치 친구 방에 들어온 듯 한 착각이 일어날 정도. 김혜련 씨는 “카페를 하나의 집으로 생각했다”며 “화장실을 누구나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방이라 생각하고 소품에 많은 신경을 쏟았다”고 대답했다.

집처럼 편안한 느낌은 이곳의 메뉴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앨범에 사진과 메뉴 설명을 직접 프린트해 붙여 만든 메뉴판을 살펴보면 건강해 지는 기분이 든다. ‘잼싸’의 메뉴들이 특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메뉴에 대한 설명을 보면 국산 콩을 사용하고 냉동과일을 일절 취급하지 않는다고 적혀있다.

‘잼싸’의 메뉴 특징은 바로 엄마 손맛. 위와 같이 몸에 좋은 재료로 엄마의 마음을 가득 담아 음식을 만들기 때문이다. 다른 카페들과는 달리 싱싱한 과일들을 직접 갈아 음료를 만드는데 이는 모두 인터넷에서 찾은 요리법을 따라 그대로 만들기 때문. 그리고 까르보나라와 롤빵도 재료 준비부터 조리까지 모두 김 씨의 손을 거쳐야 완성된다.

김 씨는 “음식 중 우리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다”며 “아무리 단가가 세더라도 건강에 좋은 것을 만들어 손님들께 내놓아 뿌듯하다”고 ‘잼싸’만의 특별한 경영비법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놀 거리가 여기 다 모였네?그림 감상에서 공연까지

‘잼싸’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고 케이크를 파는 디저트 카페가 아니다. 평소에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있어 손님 누구든 커피를 마시며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문화 카페다.

카페 옆에는 그림 한 점을 넣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 이는 ‘한 평 갤러리’로 홍대에 있는 ‘세평 갤러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온 것이다. 김혜련 씨는 “예술 작품은 전시회가 아니면 평소에 보기 힘들다”며 “사람들이 골목길을 지나가면서 잠깐이라도 그림을 봤으면 하는 바람에서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한 평 갤러리의 취지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이며 김 씨는 그래도 사람들이 그림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좋다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처럼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독특한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벽 어디에든 걸려있는 그림들이 손님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부분 김 씨의 작품이 걸려있지만, 외부에서 그림 전시를 문의하면 그림 스타일을 확인하고 전시하기도 한다. 앞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하려는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김 씨의 당찬 포부다.

김 씨는 “카페를 만들 때 커피를 마시는 동안 심심할 틈도 없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카페를 만들고 싶었다”며 “그래서 카페 어디에 앉아도 볼 것이 있도록 했다”고 말하며 벽에 걸려있거나 그려져 있는 그림들을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가리켰다. 김 씨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정말 카페 어디든 볼거리가 마련돼 심심할 틈이 없을 듯 했다.

매주 수요일에는 카페가 소공연장으로 변신한다. 테이블과 의자를 치우고 불을 끄면 어느새 작은 무대가 되고 의자를 끌어 손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으면 객석이 된다. 가수가 노래를 부르면 관객들은 모두 노래를 감상하고 열렬하게 호응한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으므로 가수와 관객의 거리가 좁아 호흡이 자연스럽다. 정신없이 공연을 즐기고 나면 모자가 객석을 한 바퀴 도는데 여기에 관객들은 돈을 넣는다. 관객들 사이를 한 바퀴 돌고 난 후 모자 안의 돈은 인디밴드의 몫이다. 김 씨는 “카페에서의 공연은 인디밴드들에게 하나의 경험이 된다”며 “관객들에게는 문화 콘텐츠를 제공해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고 말하며 덧붙여 공연한 인디밴드에게 아낌없이 돈을 넣어주는 김해 시민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감상만 하는 것이 지루하다면 엽서를 써도 좋다. 이곳에 들른 손님들은 볼펜만 있다면 마음대로 엽서를 쓸 수 있다. 엽서를 쓰고 계산대 옆에 위치한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김 씨가 매주 수요일마다 우표를 붙여 직접 우체통에 넣는다. 김 씨는 “평소 사람들이 손편지를 쓸 기회가 적어 준비해 봤다”며 “해외만 아니라면 어디든 엽서를 보내준다”고 농담을 던지며 필자에게 엽서 하나를 건넸다. 아늑한 분위기에서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며 쓰는 손편지라니. 엽서를 쓰는 사람이든 받는 사람이든 모두 작지만 따뜻한 추억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이들의 아지트,편하게 놀다 가세요

마지막으로 ‘잼싸’가 어떤 곳이 됐으면 좋겠냐고 묻자 김 씨는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놀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며 “또한 누구든 이곳에만 오면 우리 집처럼 편안했으면 한다”고 조심스럽게 바람을 털어놓았다.

천고마비의 계절, 말만 살찌우지 말고 커피 향과 함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잼싸’에서 교양을 살찌우는 것은 어떨까. 비록 한 뼘의 전시장과 공연장이지만 커피 향을 즐기면서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재미난 쌀롱’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