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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저 졸업하게 취업계 좀 받아주세요”공식 취업계 없어, 교수에 따라 좌지우지 ‘명확한 기준이라도 제시해 달라’
손해지 기자 | 승인 2014.03.24 22:46

우리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이던 A학생은 졸업을 앞두고 개강과 함께 시작된 상반기 채용 기간에 취업에 성공했다. 졸업을 해야 하는 A학생은 이번 학기 취업계를 내기 위해 교수를 찾았으나 퇴짜를 맞고 돌아서야 했다. 이후 학생은 교수에게 선처를 부탁했지만 교수의 입장은 단호했다. 이러한 교수의 태도에 A학생은 취업은 했지만 이번 학기 이후 졸업을 못할 상황에 처하게 돼 앞은 캄캄하기만 하다.
A학생은 “왜 대학엔 공식 취업계가 없고 교수 재량으로 취업계 인정 여부가 결정되는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학사관리과나 취업진로처, 학과(부) 사무실 등 매 학기마다 취업계 관련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지만 ‘취업계는 공식화된 바가 없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비공식이지만 공공연하게 쓰이는 취업계취업계는 ‘졸업예정인 학생들이 취업을 할 경우, 수업에 출석하지 않고 교수의 재량으로 성적을 주는 제도’라는 뜻으로 통용되고 있다. 학생들이 미리 교수에게 재직증명서를 제출하고 수업에 출석하지 않는 대신 중간고사 및 기말고사, 또는 과제 성적만으로 학점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본교뿐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은 담당 과목 교수의 재량에 맡길 뿐 공식적인 취업계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취업계 관련 문의에 대해 학사관리과 측은 “우리 대학에는 취업계라는 것이 없다”며 “출석 및 시험에 관한 사항은 해당 과목 교수님과 상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재학 중에 취업했던 한 졸업생은 “당시 수업 과목 교수님들을 일일이 찾아가 사정을 봐달라고 부탁드릴 때 정말 힘들었다”며 “한 교수님은 끝까지 허락을 해주지 않아 무척 곤란했다”고 전했다.
기업은 졸업예정자를 더 선호기업이 졸업자보다 졸업예정자를 선호하는 것은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 기정사실이다. 취업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대학교 4학년 224명을 대상으로 ‘졸업을 연기했거나 연기할 계획이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 64.3%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들 중 33.3%는 졸업 연기의 이유로 ‘기업들이 졸업예정자를 선호해서’를 꼽았다.
뿐만 아니라 청년층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대학 4학년 절반가량이 졸업을 연기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대학교 4학년생 62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역시, 응답자의 42.7%가 졸업 연기 계획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기 이유로는 ‘아직 취업하지 못해서’(67.3%)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기업이 졸업예정자를 선호해서’(45.5%)라는 답변이 차지했다.
실제로 대기업은 지난 2004년부터 모든 계열사의 입사 지원 조건을 그 해 졸업생과 졸업예정자로 제한했다. 대기업을 제외한 기업들도 재학생을 선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채용포털사이트 커리어가 기업 인사담당자 160명을 상대로 한 ‘동일한 실력이라면 졸업예정자와 취업재수생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질문에 졸업예정자를 선호한다는 대답(44.4%)이 취업재수생을 택하겠다는 대답(33.8%) 보다 약 10% 많았다.
고용노동부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개인 능력과 무관하게 연령을 기준으로 해고하고 모집·채용 시 연령 제한이 만연한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2010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입사 지원 조건을 졸업예정자로 명시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법률 시행 이후에도 졸업예정자를 선호하는 경향은 지속되고 있다. 올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공고만 보더라도 학사의 경우, 지원 자격을 정규 대학 졸업예정자(2014년 8월) 단, 기졸업자는 2013년 8월, 2014년 2월 졸업자만 지원가능한 자로 제한해 공시해뒀다. v이처럼 ‘청년실업 100만 시대’ 취업이 무엇보다 중요한 목표가 된 현실에서 취업계는 학생들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볼 수 있다. 다수의 교수들도 이 부분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계를 허가해주고 학점을 부여하고 있다. 경영학부 이중우 교수는 “1년 이상 학기를 남겨두고 취업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문제로 허가해주기 어렵지만 졸업을 한 학기 앞둔 학생들의 취업에 관해서는 취업계 허가를 해줘야 한다는 의견에도 일리가 있다”며 “취업이 되면 물리적으로 봤을 때 수업에 참석이 불가능해 리포트 등 과제를 내주고 시험기간에 시험은 꼭 치러오는 조건으로 취업계를 허가하고 있는 편이다”고 밝혔다.

취업계, 취업자 특권?
이처럼 기업들이 졸업예정자를 선호하는 풍토는 점점 뿌리깊어지고 있지만 대학가에서는 여전히 취업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취업진로처 측에서는 “학교 측에서도 취업률을 높이고 학생들의 원만한 취업을 위해 일괄적으로 취업계를 허용해주고 싶지만 일부 교수들이 교권침해를 주장한 바가 있었다”며 “취업계는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들에게 학점을 부여해야 하고 기업체에 따라 재직증명서 인정 여부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쉽지 않아 공식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v일반 학생들의 반발도 있다. 4학년에 재학중인 한 학우는 “취업계를 내고 출석을 하지 않는 학생들로 인해 4학년 수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수강 신청기간에 강의를 신청하고는 취업계를 냈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수업에 참석하지 않게 돼 강의실 곳곳에 빈자리가 속출한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해서 강의를 듣고 공부해서 본 시험으로 성적을 받아가는 재학생에게 취업계 한 장 제출하고 성적을 받아가는 학생은 그야말로 눈엣가시다.
미취업 상태에서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위장 취업계를 제출하는 사례 역시 문제다. 취업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취업한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취업계를 내는 경우도 종종있다. 실제 취업진로처에서는 “취업계를 제출한 학생이 있어 기업에 확인 차 전화했다가 해당 학생에 대한 취업사실이 사실무근이라는 내용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취업자들을 위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 v이처럼 취업계 찬, 반에 대한 의견이 팽배하지만 분명 취업을 적극 권장하는 학교 정책에 비춰볼 때 취업한 학생들에 대한 관리나 지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명확한 기준이 없는 탓에 섣불리 취업하기에 겁이 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인문사회과학대학 B학생은 “기업의 채용 공고를 보면 대부분 졸업예정자를 선호하고 있어 졸업 전에 취업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고 이를 위해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도 많다”며 “하지만 취업계의 허용 여부에 교들마다 입장차이가 있어 취업이 되도 졸업을 못할까봐 겁이 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애초에 취업계가 된다, 안된다. 되면 어떤 방식으로 성적을 받을 수 있는지, 성적 상한선은 몇점인지 기준이라도 세워줬으면 좋겠다”며 “취업계를 교수의 재량에 맡긴다는 것은 결국 성적에 대한 기준이 교수 마음 이라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경영학부 이 교수 또한 “정부나 학교의 규제로 인해 어렵게 취업한 학생의 취직이 물거품이 된다면 오히려 그 규제야말로 불합리하다고 느낄만한 여지가 있다”며 “현실사회에 맞는 규제와 그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해지 기자  ijpress@inj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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