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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황지은 기자
  • 고함
  • 입력 2013.10.04 16:24

본질을 가리는 것은 곁가지다

“교육부에서 대학평가를 너무 많이 한다. 대학은 평가에 신경쓰다보니 교육에 집중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면 교육적 손실이 오게 된다. 대학평가는 통합해서 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달라. 구조조정 평가 기준도 일방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대학별 특성을 고려해 좀 더 세밀하게 진행해야 한다” 지난 25일 열린 교육부 장관 초청 전국 대학 총장 간담회에서 안양대 총장이 발언한 내용이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교수가 연구를 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대학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받기 위해서는 취업률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서울지역대학생연합은 "대학은 꿈을 키워나가는 곳이지, 취업학교가 아니다"라며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교육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늘날 평소 원하던 분야를 전공 하고 싶어 대학에 온 학생들은 취업에 등 떠밀려 전공과는 무관한 공부를 하게 된다. 대학에서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학과를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폐과하고 있다. 실제 회화과와 같이 취업률이 낮은 순수 예술 학과가 폐과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물론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부가적으로 취업률을 높이고 다양한 스펙을 쌓게 해 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다.

최근 대학가는 정부 주도의 대학 구조조정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재정지원제한대학을 벗어나기 위해 대학은 정부의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온 신경을 쏟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이 교육부의 평가 지표를 무시한 채 ‘교육과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힘든 일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 평가 지표를 설정하는 교육부에서 대학의 원래 목적이 취업이 아닌 ‘교육과 연구’라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해야한다. 또한 평가 지표 역시 부가적인 문제인 취업률이나 지역 기여도를 추가하는 것 보다는 교수 1인 당 학생의 비율이나 전임 교수의 비율 등 수업에 대한 평가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한다. 그리고 단순히 수치로 계산되는 항목 외에도 수업의 질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나 교수들의 연구 성과를 대학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더불어 교수의 연구에 필요한 연구실을 얼마나 제공하는 지, 과도한 수업 시수를 맡기지 않는지 등을 평가하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나무를 키울 때는 시기에 맞게 가치지기를 해 곁가지를 잘라내야 한다. 시기를 놓쳐 곁가지가 너무 많아지면 보기에도 좋지 않고 영양분이 나눠져 큰 나무로 자랄 수 없게 된다. 대학 평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곁가지를 쳐내고 본질을 바로 바라볼 시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