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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다솜 기자
  • 고함
  • 입력 2011.05.22 17:36

고함

주객전도가 되버린 전공수업

각 학부(과) 전공 과목 중에 영어로 강의하는 과목들이 있다. 이는 세계화 시대인 만큼 학생들에게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학습에 도움을 주기 위한 취지에서 실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어 수업은 본래 취지와 달리 학생들에게 부담으로 다가가고 있다.

일부 학부(과)에서는 1학년 때부터 전공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곳이 있다. 대다수의 저학년들이 영어로 이뤄지는 수업이 익숙하지 않기에 제대로 내용을 알아듣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교수가 설명을 덧붙여도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다수를 이룬다.

그로 인해 수업 진행에 차질을 빚기도 하고 강의 목표가 모호해지기도 한다. 교수가 영어 문법을 설명해주거나 일일이 단어를 알려주며 수고에 수고를 더 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전공 수업이라기보다 영어 수업이 되버리고 만다. 본질적으로 대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영어 학습이 아니라 전공 공부인데 학생들이 이를 놓치고 있다. 학생들은 영어 학습보다 학부(과) 전공 공부를 하기 위해 학교를 다니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치르게 된 중간고사를 보아도 그렇다. 시험은 전공 공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기 보단 마치 영어 시험을 방불케 했다. A 학부(과)에서는 영어를 들려주고 그대로 받아쓰게 했고, B 학부(과)에서는 영어 단어를 빈 칸에 넣는 형식으로 시험을 치렀다고 한다. 아무리 요즘 시대에 영어가 중요하다지만 대학에서는 전공 과목 공부가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게다가 전공 과목에 대한 흥미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해 진지하게 자신의 전공과 대면할 수 있는 저학년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저학년의 경우전공 과목 외에 교양 필수 과목에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전공 공부에만 매진하기가 힘들다. 진지하게 생각할 겨를도 없는데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면 자신의 전공에 대한 흥미와 이해도는 더욱 떨어지게 될 것이다.

괜히 요즘의 대학이 ‘취업사관학교’로 변모했다는 말이 있는게 아니다. 저학년 때부터 영어 학습을 꾸준히 하면 좋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점은 전공에 대한 이해와 흥미다.

자신의 진로에 대한 걱정보다 성적에 맞춰 학부(과)를 선택해서 진학한 학생들이 많다. 아무 것도 모른 채 대학 생활을 보내다 뒤늦은 후회를 하고 편입이나 전과를 하는 것은 이러한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학년들에게 영어로 전공 수업을 하기보단 고학년을 대상으로 영어 수업의 비중을 늘린다면 그 취지가 어느 정도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고학년은 저학년에 비해 전공 이해도 높은데다 취업을 앞두고 영어에 대한 중요성도 몸소 실감하고 있을 시기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저학년 때와 달리 학점 욕심도 많아 수업에 보다 집중적으로 매진할 수 있다. 고학년 위주로 전공 수업을 영어로 한다면 그만큼 기대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