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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안규리 기자
  • 입력 2021.02.26 19:07
  • 수정 2021.03.01 23:37

(책) 진실의 흑역사

당신이 알고 있는 진실은 진실입니까?

가짜 뉴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팩트만을 전달해야 하는 뉴스가 거짓을 진실로 위장한 채 나도는 것이다. 요즘은 ‘탈진실(Post Truth)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사 작성 시점 기준으로 취임 이래 869일 동안 ‘거짓이거나 오해를 유발하는 주장’을 10,796건이나 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현재가 역사상 전례가 없는 ‘사실이 통하지 않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진실 시대’가 과연 있었다는 것일까? 

세계적으로 저명한 언론 <뉴욕 타임스>도 오보를 피할 수 없었다. 1910년 뉴욕 타임스는 핼리혜성의 꼬리에 치명적 유독 물질, 시아노겐이 다량 포함되어 있음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만약 지구가 혜성의 꼬리를 통과하게 된다면 지구의 운명을 어떻게 될 것인지를 놓고 천문학자 플라마리옹의 ‘시아노겐 가스가 대기에 퍼져 지구의 생명을 절멸시킬 수도 있다.’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를 신문에 담았다. 어떻게 됐겠는가? 이 보도가 나간 후 사람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지구가 멸망한다니! 멸망의 공포에 빠진 사람들은 방독면을 사재기하고, 사기꾼들은 먹으면 살 수 있는 알약을 팔았다. 그리고 <뉴욕 타임스>는 열띤 반응에 힘입어 후속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혜성의 꼬리에서 지구는 평화로웠다. 의도적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한번 만들어진 스토리는 맹렬한 기세로 달려 나가야 한다. 플라마리옹의 견해는 단순히 견해일 뿐이라는 기사를 내보낼 수는 없었다. 이렇게 일을 터무니없이 부풀리는 재주, 그리고 착각으로 밝혀진 개념도 끝까지 붙잡고 놓지 않는 완고함이야말로 언론이 오보를 내는 원리다.

이 책에서는 역사 속의 엄청난 거짓말, 일명 ‘개소리’, 끈질긴 허위정보 중 대표적인 것들만 모아서 살펴본다. 이걸 사람들이 믿었다고? 싶은 내용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때는 그것이 진실이었다. 가짜 뉴스 담론의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대중이 가짜 뉴스를 믿는 것뿐만 아니라, 진짜 뉴스도 믿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한 사태를 방지하려면 가짜 뉴스가 거짓이라는 것을 잘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당신은 의심할 준비가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