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문화상) 소설 가작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생각지 못한 선입견
상태바
(인제문화상) 소설 가작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생각지 못한 선입견
  • 인제미디어센터
  • 승인 2020.11.08 0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2019년 말에 최초로 발병하여 2020년 예고 없이 갑자기 우리 삶을 덮친 코로나라는 질병이 우리의 삶에서 존재하며 모두가 힘들어했던 시기를 지나게 되면서 사람들은 비대면, 즉 언택트 시대에 익숙해져 갔다. 우리는 밖에서 키오스크(kiosk)라는 전자 기계를 통해 주문하고, 집에서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생활에 익숙해졌다. 재택근무를 하는 인원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화상채팅을 통해 회의하기 시작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어느샌가 학교는 비대면과 대면 수업을 병행하는 방법을 통해서 수업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밖에 나가는 시간을 줄어들기 시작했고 집에서만 있는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밖에 나가서 누군가와 소통하기보다는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누군가와 소통하는 게 더 쉬워졌다. 요즘은 친구를 사귈 때도 학교에나 어느 장소를 가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있는 다양한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친구를 사귄다. 나는 새로운 친구를 찾기 위해 난 한 사이트에 내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간단한 내 소개를 올렸다.

한은하

 010-123-4567

안녕하세요. 저는 한은하입니다. 드라마 보는 걸 좋아하고, 노래 듣는 거 좋아 해요. 마음이 잘 맞고 대화가 잘 통하는 친구를 찾고 있어요. 편하실 때 연락해주세요.

집에만 가만히 있는 게 소위 집순이라는 별명을 가진 나에게는 별로 힘들지 않은 일이었는데 요즘은 그 시기가 왔다. 권태. 매일 반복되고 가만히 있는 삶에 대한 권태가 왔고, 나는 일상에 대한 약간의 변화를 찾고 싶었다.

나에 관한 짧은 소개 글을 올린 후 나는 다른 사람들의 프로필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프로필에는 재밌게 자신을 소개한 사람, 진지하게 자신을 소개한 사람, 자신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적어놓은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각기 다른 소개 글을 읽는 재미에 빠졌을 때쯤 한 소개 글이 나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백주연

010-234-5678

안녕하세요. 백주연입니다. 책 읽는 걸 좋아하고, 그림 그리거나 요리하는 걸 좋아해요. 누구든지 연락해주세요.

나처럼 짧게 자신을 표현한 사람이었지만, 요즘 내 또래 친구들과는 다른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 같았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보통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친구들에 비해 백주연이라는 사람은 책 읽고 그림 그리기와 같은 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나와는 다른 취미를 가지고 있지만, 왠지 연락해보고 싶은 마음에 나는 채팅을 눌러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은하입니다. 23살이에요.’

얼마 후 딩동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저는 백주연입니다. 반가워요.’

이어 또 다른 채팅이 왔다.

저도 22살이에요. 대학생이세요?’

. 주연 씨도 대학생이세요?’

아니요. 저는 직장인이에요. 박물관에서 관광객분들께 문화재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맡고 있어요.’

주연 씨. 우리 동갑인데 편하게 말 놓을까요?’

그래!’

나의 물음과 함께 우리는 말을 놓으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나와 주연이는 비슷한 점이 많았다.

떡볶이 좋아해?’

나의 질문에 주연이는 좋아해라는 대답을 했고, 우리의 취미나 식성이 완전하게 비슷하지는 않았지만, 참 비슷한 점이 많았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 화장하는 법에 대한 관심이 많으며, 웹툰과 같은 만화를 보내는 것을 좋아했으며 무엇 보다 먹는 걸 좋아했다. 또래에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는 점, 그리고 그 친구가 나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은 나를 일상에 대한 권태에서 벗어나게 하였고, 오히려 내 일상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우리는 며칠 동안 매일 채팅을 통해 만났다. 주연이는 매일 박물관에서 문화재를 소개하는 일이 끝나면 채팅에 들어왔고 나도 학교 수업이 마치면 곧바로 채팅에 들어갔다. 우리는 하루의 일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서로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게 되었다.

어느 날 나는 문득 주연이와 화상채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주연이에게 채팅을 보냈다.

우리 화상채팅 해볼래?’

나의 질문에 주연이는 ...’이라는 답장을 보냈다. 곧이어 놀라지 마라는 대답과 함께 나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화면을 통해 주연이의 얼굴이 보였고, 처음 서로의 얼굴을 본 우리는 민망한 듯 서로의 얼굴을 보자마자 웃었다.

안녕?”

나의 수줍은 인사에 주연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스케치북에 글을 적어 내게 보여주었다.

나 사실 청각장애라는 병이 있어. 그래서 네가 하는 말을 듣지 못해서 말로 이야기하기는 힘들 것 같아.”

나는 놀랐다. 주연이는 청각 장애인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대화하면서 한 번도 그 아이가 나와 다르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나와 똑같은 비장애인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내가 가진 편견에 놀랐다. 나는 살면서 장애를 가진 사람을 거의 만나본 적이 없기에 생각하지 못했고, 그래서 그 아이가 나와는 다를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장애인이 많이 없는 게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없기 때문에 그분들이 밖에 나오지 못해 우리가 만나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그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자 설마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부분이었는데 지금에서야 나는 깨달았다.

나만의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주연이를 보았다. 나의 놀란 표정을 보는 주연이의 표정은 나를 반성하게 하였다. 민망한 웃음 뒤에는 자신을 배척할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눈빛이 보였기 때문이다.

미안 너무 놀랐나 봐. 이렇게 놀라면 안 되는 건데

나의 사과에 주연이는 내게 물었다.

괜찮아. 근데 나랑 계속 연락해도 괜찮아?’

주연이의 물음에 나는 잠깐의 생각 후 대답했다.

나는 주연이에게 편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왜냐하면, 친구가 되는데 그 아이의 아픔은 내게 중요하지 않다고 그 짧은 순간에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 보이는 그 아이의 기쁜 눈빛에서 나는 주연이가 이때까지 살아왔던 세상에 대해 그리고 그 친구가 겪어야 했던 아픔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또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이어갔다. 서로가 좋아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했고, 재밌는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주연이는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나는 그 아이의 작은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주연이의 표정을 통해 그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대화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꼭 말을 통해서 대화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그동안 나는 어떠한 편견 속에 놓여있던 걸까?

그날 밤 자기 전 나는 생각에 잠겼다. 그제 서야 이해 가기 시작했다. 주연이의 취미가 다른 친구들처럼 노래 듣기나 드라마, 영화 보기가 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생각보다 우리나라에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 시스템이 잘 구비되지 않아있었던 것 같다. TV를 보면 뉴스를 제외한 곳에서는 수화를 거의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로 인해서 주연이는 자막이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접해야 했을 것이다. 근데 한국 영화 중 한국 자막을 구비한 자막이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한 번도 그 부분에 대해 궁금해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자막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SNS상에는 음성을 토대로 만든 자막으로 인해 틀린 자막이 많은 것을 본 적이 있기는 하다. 그럼 얼마나 불편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잠을 설치게 되었다.

나와 주연이는 그 이후에도 계속 연락을 이어갔다. 나는 주연이의 말소리를 듣지 못할지라도 계속 화상채팅을 통해 연락했고,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더 공감하고 서로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주연이에게 간단한 수화를 배웠다. 수화의 세계가 어렵다고만 생각했고, 배울 생각을 거의 하지 못했었는데 생각보다 배우는 게 어렵지만은 않았다.

이건 기쁘다는 뜻이야.’

주연이는 내게 차근차근 수화를 알려주었다.

그럼 이건 무슨 뜻인지 맞혀볼래?’

주연이는 수화로 천천히 문장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나는 그에 따라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나는.... 너랑.... 이야기해서... 기뻐

나는 주연이가 만들어낸 문장을 읽고서 주연이에게 웃어 보이며 나도 천천히 수화로 문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내가... 오히려... 더 기뻐

내가 만든 문장에 주연이도 웃어 보였다. 우리는 그렇게 수화를 통해 짧은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정도까지 친해지게 되었다. 주연이는 나와 함께 입 모양을 읽는 법에 대해서도 배우기 시작했다. 나는 되도록 큰 입 모양으로 주연이에게 말을 했고 주연이는 힘들지만, 천천히 배워나갔다.

어느 날, 나는 주연이에게 조심스럽게 제안을 했다.

우리 밖에서 만나볼래?’

밖에서?’

괜찮아? 내가 너한테 혹시...’

그런 생각하지 마. 우리 친구잖아. 친구 사이에 그런 게 어딨어!’

그리고 며칠 후, 우리는 밖에서 만났다. 나는 주연이에게서 짧은 수화를 배웠지만, 그래도 여전히 대부분의 우리 대화는 문자를 통해 이루어졌다. 다른 친구들과 노는 것처럼 영화를 보러 가거나 동전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괜찮다. 우리는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자막이 있는 외국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갔으며, 사진도 찍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날 밤 주연이는 나에게 장문의 글을 보내주었다.

하연아. 고마워. 나는 나와 같은 장애가 있는 친구만 사귀어봤어. 비장애인인 친구도 사귀고 싶었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늘 부딪혔고, 그 사람들은 나에 대한 편견을 가진 채 다가왔기 때문에 진짜 친구가 되기가 늘 힘들었어. 근데 넌 나를 다른 사람과 똑같이 대해줬고, 그래서 우리가 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어. 늘 밖에 나가는데 무서웠고, 사람들과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네가 내 벽을 깨줬고 네가 내 옆에서 나의 말이 되어줘서 고마워.’

나는 주연이가 보내준 장문의 글을 읽으면서 울컥하는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나는 그저 일상의 권태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행동들이 주연이에게 저렇게 큰 의미를 주고 저 아이의 삶을 바꿀 수 있을 줄 몰랐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의 변화를 일으키듯이, 미세한 변화가 예상치 못한 엄청난 결과를 발생시킨다는 나비효과처럼 나의 작은 행동이 주연이의 삶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니 오히려 나는 주연이에게 더 고마웠다. 나를 편견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나를 한층 더 성장하게 하여주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주연이에게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주연아. 사실 네가 처음 나에게 청각장애가 있다고 고백했을 때 전혀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거야.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나도 놀랐어. 근데 그 생각해보니까 그건 친구가 되는 데 그렇게 큰 문제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 우리는 그동안 채팅을 통해서도 좋은 친구가 되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오히려 너한테 더 고마워. 내가 가진 편견을 깰 수 있게 네가 도와줬고, 나는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할 수 있었고 덕분에 너와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불편함을 덜어낼 수 있을까? 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니까. 고마워. 정말.’

그 후에도 우리는 종종 밖에서 만나 서로 힘들었던 점, 즐거웠던 점에 관해 이야기했고, 서로의 하루에 관해 이야기하며 여느 20대 또래의 친구처럼 그렇게 지내고 있다.

갑작스러운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변화하면서 불편함을 준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언택트 시대가 주연이에게는 하나의 작은 숨통이자 새로운 출발이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기뻤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는 애써 말로 하지 않아도 키오스크(kiosk)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문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는 너무 기계화된 세상에 삭막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나와 주연이에게 있어서는 설령 내가 수화를 배우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SNS라는 새로운 공간을 통해 문자로 소통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많은 불편함을 겪었지만, 그 때문에 어떠한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와 주연이는 그와 더불어 서로에게 소중한 친구라는 소중함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행복을 찾기를 나는 바란다. 주연이와 같은 청각 장애인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나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꼭 그들이 아니더라도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언택트 시대에서 새로운 친구를 찾고, 새로운 어떠한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 삶에서 하나의 기쁨을 찾기를 나는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