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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안규리 기자
  • 기타미디어
  • 입력 2020.11.08 08:55
  • 수정 2021.11.29 09:44

(드라마) 화려한 젤리들의 대향연! 보건교사 안은영

어쩌다 영웅이 되어버린
특별한 보건교사의 하루.

 

보건, 보건교사다, 나를 아느냐, 나는 안은영.

이 드라마는 이상하다. 땀을 뻘뻘 흘 리는 남학생의 목 뒤에서 안은영이 하트 젤리를 뽑아내는 순간부터 머릿 속엔 물음표가 가득해진다. 저 젤리 는 뭐야? 끈적끈적 말캉말캉해 보이는 이 젤리는 욕망의 흔적이나 영적 인 존재. 영웅 노릇이 버거운 안은영 의 직장, 목련 고등학교에 젤리가 가득하다. 기구한 운명을 지닌 안은영 의 눈에 보이는 알록달록 젤리들은 안은영을 골치 아프게 만드는 존재다. 홍인표 한문 교사와 학교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색다른 여성 히어로물, ‘보건교사 안은영’을 소개한다.

내 몸이 좋아진다, 좋아진다.

정세랑 작가의 책이 원작인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안은영이다. 귀찮은 듯 쌍욕을 입에 달고 장난감 칼과 비비탄총을 챙겨 발을 질질 끌며 젤리를 퇴치하러 가는 안은영의 모습 은 여타 히어로 물의 영웅들과는 좀 다르다. 자고로 영웅이란 에너지 넘 치고, 멋있고, 시민들의 귀감이 되는, 뭐 그런 존재 아니던가? 안은영을 영웅이라고 하기엔 너무 귀찮아 보인다. 교수님이 내준 과제를 처리하듯 그의 눈에만 보이는 젤리를 장난감 칼로 휙휙 내치는 장면은 멋있기보단 웃음을 자아낸다. 그럼에도 어쩌다 가져버린 사명감에 열심히는 하는데…. 그게 맘처럼 쉽지는 않은가 보다.

이 드라마의 감초, 학생들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교장 선생님이 시그니쳐로 밀고 있는 ‘내 몸이 좋아진다’ 체조. 이 체조를 조례마다 홀린 듯이 겨 드랑이를 두드리는 학생들은 각자 개 성이 너무 뚜렷한 나머지 사고를 빵빵 터뜨려 안은영을 다소 귀찮게 한다. 수업을 듣기는 하는 것인지 허구한 날 보건실에 모여 조잘조잘 떠드는 학생들은 이 드라마의 힐링 요소다.

무엇보다 드라마의 화려한 CG와 음악들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알록달록 끈적끈적한 젤리들은 독자들 이 원작을 보며 상상했던 젤리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했다. 안은영이 사건을 해결함과 동시에 터져 나오는 하트젤리들은 그 화려함에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진다. 환상적인 그래픽만큼이나 사람들을 사로잡은 요소는 바로 음향이다. 영화 전우치 의 음악 감독으로 활동한 장영규 음 악 감독은 ‘보건교사 안은영’에게서 도 그 두각을 드러냈다. 중독성 강한 멜로디는 1화를 채 보기도 전에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기존 한국 드라마에 비해 다소 생경 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경미 감독은 보고 듣는 것의 쾌감에 집중해 드라마를 경쾌하게 이끌어 나가는 데 성공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신나게 만들어진 이 드라마를, 그 쾌감을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