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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배승현 기자
  • 기획
  • 입력 2020.10.11 20:59

"여성 자기결정권 존중" 낙태죄 폐지 둘러싼 공방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 ‘낙태죄’ 위헌 판단
정부 ‘임신 14주까지 낙태 허용’ 개정안 입법
임신 24주까지는 성범죄 등 사유 고려해 허용

 

지난 7일 정부가 낙태죄 관련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마련하여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해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임신 중단 처벌 조항이 담긴 형법 제269조·제27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처벌하도록 돼 있는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본 것이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입법 부재로 인한 혼란을 우려해 올해 말까지 낙태죄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 했고, 마감 시한 석 달 정도를 앞두고 정부가 개정안 입법 예고에 나섰다. 정부의 임신 14주까지의 낙태 허용 기간은 당시 단순 위헌 의견을 냈던 재판관들이 언급했던 기간이다.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지는 않는다.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여성의 임신 중단을 처벌하지 않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임신 14주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결정 당시 제시한 임신 중단 가능 기간 중 하나다. 또한 임신 중기인 24주까지는 성범죄 피해로 임신했거나, 사회·경제적 사유를 고려해 낙태를 허용하는 조건을 달았다.

정부가 법률 개정에 나섰지만, 낙태죄 처벌 조항은 계속 존속되기 때문에 전면 폐지를 주장해 온 여성단체들의 반발이 들끓고 있다. 여성단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지속적으로 낙태죄 전면폐지를 주장해왔다. 낙태죄를 폐지하지 않고 낙태 처벌 기준을 정하는 방식은 지난 8월에 발표된 법무부 자문기구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의 “임신 주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지 말고 아예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권고안의 내용과도 배치된다. 위원회는 "임신 주수에 따라 낙태 허용 여부를 달리해선 안 된다. 사람마다 신체적 조건과 상황이 다르고, 정확한 임신 주수를 인지하거나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정한 임신 주수를 정해놓고 처벌 여부를 달리하는 건 형사처벌 기준의 명확성에 어긋난다"고 밝힌 바 있다.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마감 시한인 올해가 지나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형법 관련 조항이 폐지되어 정부가 형법개정안 발의를 하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개정안을 내놓자 여성단체와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낙태죄 전면폐지안이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

낙태죄 관련 개정안은 정부의 입법예고 이후 40일 이상의 의견 수렴을 거친 뒤 국회에 제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