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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인제미디어센터
  • 사설
  • 입력 2020.06.15 11:21
  • 수정 2021.03.12 11:19

(사설) 도래한 미래, ‘언택트’ 대학의 위기와 기회

특별했던 한 학기가 마지막 주 강의와 기말고사만을 남겨 두고 있다.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개강이 미뤄지고 급기야 초유의 비대면 강의가 도입되던 학기 초를 떠올려보면, 이 정도로 이번 학기가 마무리된 것에 안도의 한숨부터 쉬어야 할 지경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종식될 기미가 없고 다음 학기에는 익숙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급작스럽게 맞이한 이번 학기와는 다른 고민과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WTO는 전염병의 확산 위험도에 따라 경보 단계를 6단계로 나누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단계가 바로 팬데믹이다. WTO가 출범한 이후 팬데믹 선언은 1968년 홍콩독감,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에 이어 이번 코로나19가 세 번째이다. 하지만 이번 팬데믹은 이전 두 차례와는 물론 이전의 어떤 전염병과도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고, 포스트 코로나 사회는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가 될 것이라는 예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이른바 ‘뉴노멀’ 사회를 정의하는 핵심어 가운데 하나가 ‘언택트(untact)’이다. 언(un)과 콘택트(contact)를 결합한 언택트는 비접촉, 비대면이다. 접촉과 대면을 본성으로 간직해온 사회적 동물인 인류가 이전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우리는 초보적인 형태로나마 언택트 사회를 이미 경험하고 있다. 일하는 방식(재택 근무), 진료하는 방식(원격 진료), 예배하는 방식(온라인 예배), 심지어 연애하는 방식(마스크 키스)까지 바뀐 지난 몇 달을 지내왔고, 무엇보다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비대면 수업)이 완전히 달라진 이번 한기를 경험했다.


언택트 사회는 코로나19로 급작스럽게 도래한 것이 아니다. 유통과 소비의 영역에서 언택트는 오래전부터 확산되고 있던 트렌드였고, 2017년에 출간된 『트랜드 코리아 2018』에서는 이미 언택트 기술을 그 해의 소비 트렌드의 하나로 전망한 바 있다. 코로나19는 확산되고 있던 언택트를 증폭시킨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어떤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작은 계기나 요인으로 한순간 폭발하는 증폭 기점으로, 2005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토머스 셰링이 제시한 개념)인 셈이다.


언택트 사회가 예견되었던 만큼 언택트 시대를 위한 대안들도 다양하게 제기되고 조심스럽게 시도되어 왔다. 교육 분야에서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온라인을 통해 선행 학습을 한 뒤 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교수와 토론식 강의를 진행하는 방식의 수업)이나 블렌디드러닝(blended learning. 칵테일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학습 방법을 혼합하는 수업) 등이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미국 대학들을 중심으로 시도되었고, 우리 대학을 포함한 한국의 여러 대학에서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플립러닝이나 블렌디드러닝만으로 학습 효과의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전의 역사적 경험이 거듭 증명하고 이번 코로나19가 확인시켜준 바대로 거대한 변화는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 대학은 이번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하고 지혜롭게 극복하여 이미 도래한 언택트 사회에 최적화된 학습 모델을 고민하고 시험할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