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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전선진 기자
  • 기획
  • 입력 2020.06.15 11:21

공인인증서 21년 만에 폐지

프로그램 설치, 갱신 등
까다롭고 뒤처진 방식 대신할
새롭고 간편한 인증방식 기대돼

1999년부터 도입된 공인인증서가 21년 만에 사라졌다. 지난 5월 20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공인증서와 사설 인증서의 구별을 없애는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복잡한 발급과정과 매년 거쳐야 하는 갱신 등으로 인해 불편을 겪었던 이용자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공인인증서 도입 당시인 1999년에는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며 인터넷 거래가 늘었지만, 이용자의 신원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신분증이자 전자상거래용 인감도장인 공인인증서가 탄생한 것이다. ‘공인’된 인증서는 △한국정보인증 △코스콤 △금융결제원 △한국전자인증 △한국무역정보통신 5개 기관에서 발급한 인증서이다. 공인인증서는 국내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키우는데 크게 기여했다.

△주민센터·국세청과 같은 행정기관에서 온라인으로 서류를 발급 시 △긴급재난지원금을 온라인 신청 시 △금융거래 △홈텍스 이용 시 △한국장학재단 국가장학금 신청 시에도 공인인증서는 ‘필수 항목’에 속한다. 그런데 왜 공인인증서는 거추장스러운 수단으로 인식될까?

공인인증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키보드 보안프로그램, 방화벽, 해킹 방지 프로그램 등 많은 프로그램 설치를 해야 하며 기기별 보관, 매년 갱신이 필요한 불편함도 뒤따른다. 이제는 지문 한 번, 몇 자리 비밀번호 입력이면 송금이며 결제까지 되는 시대에 영문과 숫자, 특수문자까지 조합한 비밀번호를 사용해야 하는 공인인증서는 뒤처진 방식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공인인증서 제도가 이미 6년 전에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2014년 당시 중국에서 인기를 끈 SBS 드라마 스페셜 ‘별에서 온 그대’에 출현한 배우 전지현(천송이 역)이 입고 나왔던 코트가 불티나게 팔렸다. 중국인들은 이 코트를 한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하기 위해 공인인증서 제도 개편을 촉구했다. 결국 전자 금융감독 규정 중 ‘온라인 금융거래와 쇼핑에서 공인인증서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항목이 2014년 5월에 삭제되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공인인증서는 여전히 전자서명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국내 공인인증서 발급 건수는 4,108만여 건이라 한다.

이번 개정으로 인해 점차 다양한 인증방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공인’ 인증기관 인증서만 사용해야 하는 점을 바꾼 것이지 인증서 자체를 없앤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정부 민원 사이트와 각종 기업 사이트의 본인인증 방식이 바뀌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공인인증 제도가 폐지되어도 기존에 사용하던 공인인증서는 유효기간까지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유효기간 이후 갱신하는 것은 이용자의 선택이다. 다만 ‘공인’이라는 딱지를 떼고 민간 기업이 발급하는 인증서와 동일시된다. 이미 네이버, 카카오, 통신 3사, 은행연합회 등이 인증서를 개발해 내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용하고자 하는 사이트가 어떤 기업과 제휴를 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결제 시스템으로 보자면 카카오페이를 지원하는 쇼핑몰이 있고, 페이코를 지원하는 쇼핑몰이 있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점이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지만, 최초 등록 이후에는 번거롭게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인증서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다.

 금융결제원은 기존 인증서의 편리성을 확장했다. 복잡한 조합의 비밀번호를 6자리 비밀번호로 바꾸고 지문, 안면, 홍채 등의 생체인식 기반 인증 도입되었으며 유효기간을 3년 연장하고 만료 시 자동 갱신되도록 했다. 인증서 보관방식도 금융결제원 클라우드로 변경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