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 비대면 강의 동영상 너머에서
상태바
(교수칼럼) 비대면 강의 동영상 너머에서
  • 인제미디어센터
  • 승인 2020.05.12 15: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상훈 국제어문학부 교수

이번 주는 월요일 아침부터 정문이 소란스럽다. 코로나19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일상적 거리 두기로 방역 방침이 전환된 덕분에 실습 위주의 강의들만이라도 대면 강의를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체온 점검과 자가 진단을 하고 연구실에 들어와 컴퓨터를 켠다. 부팅과 동시에 팀즈프로그램이 자동실행되면서 채팅 창에 몇 가지 질문이 보인다. 간단하게 답글을 달아 놓고, 지난 동영상의 과제 제출과 출석 상황을 점검한다. 출석률이 95% 전후니까 어떤 과목은 오히려 대면 강의보다 출석률이 높다. 별다른 문제는 없는 듯하니, 이제부터는 다음 주 강의를 준비해야 한다. 우선 오늘과 내일은 3학점짜리 4과목의 PPT를 만들고, 모레와 글피는 음성을 얹고, 파일을 MP4 형식으로 변환해서 Stream사이트에 업로드까지 마칠 예정이다. 어느덧 동영상 강의 제작에 제법 익숙해진 자신에게 문득 놀라게 된다.

 

이번 학기 개강이 2주 연기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동영상 강의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는데, 벌써 학기의 절반을 넘길 때까지 별다른 문제 없이(혹은 없는 듯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임이 분명하다. 컴퓨터를 제법 다룰 줄 아는 필자도 처음 동영상을 제작할 때는 난관이 많았다. 개학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데스크톱에 장착할 마이크를 마련하고, 유튜브에서 자료를 내려받아 간단한 동영상 제작법을 한나절 동안 익혔다. 당시만 하더라도 비대면 강의가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던지라 웹캠은 빼고 PPT에 음성만 얹어 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그마저도 간단하지 않았다. PPT 제작은 생각보다 속도가 나지 않았는데, 적절한 사진 자료 등을 구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동영상에 어울리는 애니메이션 기능도 공부해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니터와 연구실 벽만 쳐다보며 강의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이 어색했다. 대면 강의라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던 농담도 어색하기만 하고, 가끔 발음이 꼬이기도 하고, 펜 마우스를 준비하지 못한 까닭에 밑줄을 긋거나 여백에 한두 글자를 쓰는 일도 고역이었다. 마이크를 켜지 않아서 강의 전체를 다시 녹음해야 하거나, 파일 변환 도중에 오류가 생겨서 원본 파일까지 날리는 등의 재난은 필자만 겪은 것이 아니었다. 학생들이 없다고 방심하다가 조교 선생의 불시 방문으로 한 페이지를 다시 녹화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75분짜리 동영상 강의를 제작하는 데에는 평균 4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시선 바깥에 있는 학생들의 주의를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정감의 교류도 수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에 중요한 요소인데, 실시간으로 질문과 대답을 진행하기 어려우니 학생들의 이해도를 짐작하기도 힘들다. 게다가 평소에도 수업 시간에는 과묵한 학생들인지라 채팅 창을 통한 질문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그러니 좀 더 효율적인 강의를 위해 SNS를 통해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이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의 재난을 위로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은 거의 필수인 듯하다. 그나저나 약간의 안면인식 장애가 있는 필자로서는 신입생 얼굴을 익힐 일은 물론이거니와 재학생들 얼굴마저 헷갈리게 될까 염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