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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지현, 김형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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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5 17:13
  • 수정 2020.04.05 19:21

그래도 봄은 온다. 봉리단길에 늘 꽃이 있는 거리 조성돼

봄이 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지난 봄에 비해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은 줄었지만, 기온은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앙상했던 나뭇가지에 꽃이 피고 초록색 새싹이 고개를 내밀었다. 꽃놀이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원을 찾은 시민들도 꽤 있었지만, 코로나19를 의식해 집 안에서 ‘사이버 꽃구경’하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는 이들도 있다. 아마 코로나19가 진정된 후 밖을 나서면 만개한 꽃을 구경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제 김해의 한 거리에서는 늘 꽃을 볼 수 있다. 회현동 복지센터가 약 2천여만 원을 투자하여 거리의 벽면에 꽃 화분을 설치한 것이다. 이 거리는 바로 최근 김해에서 핫플레이스로 거듭난 ‘봉리단길’이다.

 

본래 봉리단길은 무당집이 많아 점집 거리라고도 불렸다. 낡고 오래된 거리인 만큼 상권이 쇠퇴하고있었다. 그러나 문화공동체 '재미난사람들협동조합'에 의해 이색적인 음식점과 카페, 빈티지 옷가게 등이 생기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끌기 시작했다. 회현동 복지센터는 이곳에 특색있는 길을 조성하고자 지난해에는 봉리단길 초입에 태극기 꽂이를, 올해는 꽃 화분을 설치했다.

 

봉리단길의 한 카페 담장에 놓여진 꽃화분
봉리단길의 한 카페 담장에 놓여진 꽃화분

‘늘 꽃이 있는 거리 조성사업’은 주민들이 직접 화분구입 및 관리를 책임지는 ‘주민참여재산’으로 이루어진다. 회현동 복지센터는 매달 두 차례 정도 해당 계절에 알맞은 꽃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현재 봉리단길에는 70여 개의 벽면에 200여 개의 꽃 화분이 설치되어있다.

또한, 봉리단길 근처 소공원 4곳에 꽃을 이용한 포토존을 마련했다. 이렇게 진행된 사업의 취지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청년 점포와 화훼농가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화훼농가의 꽃 판매량이 평년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본지 기자는 직접 봉리단길로 가보았다. 봉리단길 초입에는 태극기 꽂이들이 설치되어있었고, 건물 벽면에는 화분이 두 개씩 한 쌍을 이루어 달려있었다. 상점은 물론 오피스텔 건물, 가정집 대문 옆에도 화분이 설치되어있었다. 거리의 웬만한 벽면에는 화분이 걸려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봉리단길의 한 주택 앞에 붙어있는 꽃화분
봉리단길의 한 주택 앞에 붙어있는 꽃화분

 

커다란 분홍빛 기타가 눈에 띄는 꽃 포토존. 나무에는 포토존 사용안내 판넬이 붙어있다.

어느 지역 기사에도 포토존 4곳의 정확한 위치가 기재되어 있지 않아 무작정 걸어 다니다 2곳의 포토존을 발견했다. 한 곳은 꽃 화분이 여러 개 쭉 늘어져 있는 모습이었고, 다른 한 곳은 커다란 분홍색 기타 모형 옆 나무에 꽃을 둥글게 심어 놓은 모습이었다. 근사한 포토존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 달에 두 차례 정도 교체되어야 하는 생화로 멋진 포토존을 만들기에는 관리 등의 문제로 제작이 어려울 법했다.

 

사실 봉리단길 자체에는 꽃나무가 울창하게 자라있지 않아 어느 계절에 방문해도 꽃구경을 하기 힘든 곳이다. 그러나 어려움이 있는 화훼농가를 돕기 위한 좋은 취지로 소박하게나마 거리 곳곳에 계절 꽃이 채워졌으니 코로나19가 완화된 후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함께 이 거리를 나들이 삼아 발걸음 하는 것은 꽤 괜찮은 선택일 것이다.

 

한편 봉리단길 ‘특색 있는 거리 조성 사업’ 이외에도 코로나19로 손해를 입은 화훼농가를 지원하는 손길이 닿고 있다. 김해문화재단은 ‘화훼농가 돕기 캠페인’을 개최해 재단 임직원 320여 명이 꽃을 구매했고 이마트 김해점은 ‘꽃 소비 촉진 직거래 행사’를 열어 한 층 떨어진 꽃 소비를 촉진했다. 김해시는 화훼농가에 인력을 지원하여 일손 돕기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