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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GUAN YUEXI 기자
  • 칼럼
  • 입력 2020.03.06 15:04
  • 수정 2021.03.12 11:21

(기자칼럼) 영화 같은 해피엔딩이 있을까?

GUAN YUEXI 기자(신문방송학과)
GUAN YUEXI(신문방송학과)

영화 <감기>를 여러 번 봤다. 그러나 영화가 현실이 될 줄 몰랐다. 우한시에 막강한 전염성 바이러스가 퍼졌고 이에 중국 정부는 확산을 막기 위해 124일 국가 재난 사태를 선포, 급기야 도시 폐쇄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우한은 예로부터 우한 삼진이라고 하여 중국 중부의 군사·교통의 요충지로 널리 알려져 왔다. 그러나 그곳은 순식간에 영화 속의 분당이 되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인구 천만 명 이상의 도시에 대해 가장 엄격한 방역 조처를 했지만, 코로나19는 완전히 제어되지 못하고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코로나19가 대한민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공항은 엄격한 통제에 들어간 장소 중 하나가 되었다. 공항에선 입국심사 전 1:1 체온 검사하고, 중국 입국자는 코로나19 자가진단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도록 하고 있다.

 

평소 광저우(중국)에서 김해는 4시간 비행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었지만, 나는 약 14시간의 대장정을 겪고 난 후에야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김해 공항의 옛날 모습은 사라졌다. 여행의 설렘, 재회의 희열 대신 불안감과 두려움에 휩싸였다. 하지만 활짝 핀 꽃 같았던 공항 직원들의 미소는 잊지 못한다.

 

공항뿐만 아니라 우리 대학도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각종 시설 이용 금지와 중국인 유학생 입국에 대한 대책을 세웠다.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2월 말 또는 3월 초에 입국하도록 통보했고 입국단계에 대학 차량을 지원했다. 사전 방역 조치된 기숙사에서 14일간 임시 생활토록 하고 상시 모니터링을 한 후 이상이 없으면 정상적인 생활과 강의를 수강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학교에 와서 격리된 요 며칠 동안 나는 세상과 가장 멀었지만, 사랑과 가장 가까웠다격리 중인 나를 찾아와서 아픈 곳은 없는지, 춥진 않은지 물어보시던 선생님의 목소리, 서투른 중국어로 방송했던 안내실 아저씨의 목소리가 봄처럼 따스히 들렸다. 격리당한 것은 바이러스지 사랑은 아니었다.

 

하루는 선생님이 조심스레 노크하는 소리에 마스크를 쓰고 문을 열었다. 선생님이 과일을 담은 봉지를 나한테 넘겨주며 말했다. “우리 학생이 과일을 못 먹어서...” 나는 그 봉지를 품에 꼭 안았다. 진수성찬보다 소중했다. 선생님이 떠난 뒷모습을 멍하니 보는데 눈가가 젖었다. 마치 마음 깊은 곳 희망의 새싹이 물을 머금은 것 같았다.

 

코로나19도 막강하지만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온정의 힘 또한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의료진들이 자신의 건강은 뒤로한 채 격리병동에서 분투하고 있고, 많은 기업과 개인들이 성금과 구호품을 보내주고 있다. 지금은 한 국가가 아니라 세계가 재해와 재난, 기후변화와 감염병 확산을 직면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한 국가의 능력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초 국경적인 협력의 필요성이 절감된다. 모두가 서로를 믿고 단합할 수 있다면 영화 같은 현실에 영화 같은 해피엔딩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을 하고 싶다.